국무도 호원도장
2007. 1. 4. 16:34
2007. 1. 4. 16:34
요즘 애들의 엽기 ‘생일빵’ |
|
생일 맞은 친구를 기둥에 묶어서 축하 |
|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22일 저녁 8시30분. 중구 성남동 차 없는 거리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풍경이 벌어졌다.
어떤 남학생 2명이 메가박스 시네마 앞 아케이드 기둥에 유리테이프로 꽁꽁 묶여있는 것이었다. 유리테이프에 팔, 다리를 원천봉쇄 당한 남학생들의 그 ‘황당하고도 처참한 모습’은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었다. 차 없는 거리를 가득 메우며 오가던 학생들과 시민들도 그 희한한 광경을 구경하러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그러자 또래 남학생 일당이 갑자기 군중들 사이로 뛰어들어와 묶여 있는 학생들의 뺨을 만지며 놀리고, 유리테이프로 다시 한 번 묶는 등의 돌발행동을 벌였다.
도무지 의중을 알 수 없는 이색 퍼포먼스(?)에 시민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누구 한명 감히 “뭐 하는 짓이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괜히 나섰다가 저들과 같이 묶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서로 눈치만 살피는 듯 했다. 그러나 용기있는 한 아주머니가 “뭐 그리 잘못 한 일이 있길래 이렇게 하니?”라 물었고, 그들 패거리 중 한 명이 능청스럽게 “생일빵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생일빵’이라는 말에 영문도 모른 채 구경하던 시민들은 그때서야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고, 그들을 둘러싸 디카, 폰카로 이색풍경을 담기에 바빴다. 또 혹독한(?) 생일을 치르고 있는 그들이 열일곱번 째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잠시 후 학생 하나가 케잌을 현장에 가져왔고, 곧 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경하던 중·고등학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순발력과 순수함을 과시해, 성남동의 차 없는 거리가 과연 ‘젊음의 거리’임을 실감케 했다. 또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케잌을 생일자들의 얼굴에 잔뜩 발랐고, 당하던 아이들은 ‘울고 웃기를’ 연신 반복했다.
이러한 10대들의 독특한 생일문화에 대해 현장에 있던 어른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한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끝내고 스트레스를 제대로 푸는 것 같다”며 “너무 짓궂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아저씨는 “생일이라고 저희들끼리 숨어서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보다는 저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아무튼 덕분에 모처럼 신나게 웃었다”며 거들었다. 한편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10대 한 명은 “내 친구 생일날에도 저렇게 해야겠다”면서 싱글벙글 거리며 곧 현장을 떠났다.
정필문기자 울산종합신문 www.ujnews.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