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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쌍방폭행’ 아니다…때렸어도 정당방위 처리 늘어

국무도 호원도장 2011. 8. 3. 13:07
심야 시간대 경찰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서로 "내가 폭행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쌍피' 사건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 자체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이 이 같은 유형의 사건을 처리하던 관행을 빠꾸면서 폭행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 모두가 피의자로 입건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초 '폭력 사건 쌍방 입건 관행 개선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내린한 이후 6월말까지 4개월간 511건을 정당방위로 처리했다고 3일 밝혔다.

제도 시행 전인 1월 한 달간 17건에 불과하던 경찰의 정당방위 처리 건수는 3월 63건, 4월 144건, 5월 158건, 6월 146건으로 늘어났다. 비록 상대방에 대한 폭행이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인정받는 '정당방위' 처리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경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 당사자를 아예 입건하지 않는 '불입건'으로 처리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다. 실제 지난 3~6월 정당방위로 처리된 511건 중 203건은 불입건 조치됐다. 308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약 90%가 기소유예 또는 공소권 없음 등의 처분을 받았다.

정당방위 행위자의 방어 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멱살이나 팔을 붙잡는 행위가 185건으로 가장 많았고 몸을 밀치거나 뿌리치는 행위 114건, 1~2회 때림 104건, 넘어뜨리거나 팔을 꺾음이 38건 등 순으로 계속되는 폭행을 저지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도의 행위가 많았다.

방어를 위해 각목 등 도구를 이용하거나 상해를 입혔음에도 특수 상황을 인정해 정당방위 처리한 사례가 10건 있었다. 정당방위 처리된 장소는 노상이나 주차장 등이 20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식당·주점·노래방 124건, 주택 64건 등 순이다. 대체로 시비가 붙기 좋은 장소 순이다.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정당방위를 실제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자료가 필요한 만큼 공개된 장소에서는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대중교통이나 실내 공간에서는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이 중요하다"면서 "'맞는 게 상책' '싸움은 말리지도 참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무분별한 쌍피 입건을 자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현재 업무 지침 형태로 하달한 '폭력사건 쌍방입건 관행 개선방안'을 경찰청 훈령 또는 내부 범죄수사규칙 등 형태로 예규화하는 안을 10월까지 경찰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경찰청에서 밝힌 '전형적 정당방위의 요건'



1. 침해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것



2. 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 것



3.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4. 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것



5.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6. 침해행위가 저지되거나 종료된 후에는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7. 상대방의 피해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



8. 치료에 3주(21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았을 것

<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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