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직장인 윤 모씨(27)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반복되는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무렵,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가빠지면서 결국 실신하고 만 것이다. 이처럼 과도한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불안으로 인해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과호흡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호흡 증후군은 대부분 갑작스러운 불안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증이나 히스테리와 같은 정신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평상시 체내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우 엄격하게 조절된다. 지나치게 산소가 낮거나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이를 감지하는 수용체들이 숨이 가쁘다는 느낌을 대뇌로 보내며, 대뇌는 호흡의 깊이와 빈도를 늘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주변 이산화탄소 농도가 미세하게 증가했는데도 수용체가 응급상황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대뇌로 보내면, 신체는 질식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 최대한 열심히 호흡하게 된다. 이러한 과도한 반응은 거꾸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나치게 빨리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환자는 더욱 답답해하고, 심하면 흥분상태에 빠지거나 실신하게 된다.
과호흡 증후군은 주변 상황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반응이 호흡기를 통해 표현된 것으로, 극심한 불안이나 긴장, 극도의 충격 등이 원인이 된다.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춘기 소녀나 스트레스 조절에 미숙한 상태에서 사회생활에 뛰어든 젊은 성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간혹 부부싸움이나 이웃 간의 시비 도중 또는 불의의 사고로 오열하는 보호자에게서도 볼 수 있다.
과호흡 증후군이 발생하면 갑자기 숨이 가빠지거나, 숨이 콱 막히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팔다리가 저려온다. 가슴이 조이고 답답해져서 심장병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뻣뻣해지는 마비증상 혹은 경련까지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은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으며, 증상을 겪는 동안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문제는 이를 한 번 경험하면, 공포감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과호흡 증후군을 한번 겪은 환자들은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이 많거나 환기가 잘 안 되는 장소에서 답답함을 느끼거나 머릿속이 휑해지는 느낌을 받고 잠시 정신을 잃기도 한다"며 "심한 경우 반복적인 공황장애 및 광장공포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과호흡 증후군이 발생하면 마스크를 쓰거나, 비닐봉지를 코와 입에 대 자신이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면 된다. 누군가 옆에서 안정을 유도하며 깊고 천천히 숨을 쉬게 하면 대부분 나아진다.
신체적 이상 없이 과호흡 증후군이 반복된다면 문제를 일으킨 정서 상태를 해결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따라서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반복되면 공황장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약물 사용으로 이러한 후유증을 막는 전략도 필요하다. 또한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하며,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이를 풀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