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길에 웬 냉장고?'…설 명절 쓰레기 투기 백태

 


설 명절은 끝났지만 귀성객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공원묘지와 고속도로 곳곳이 뒤늦게 몸살을 앓고 있다. 상당수는 의도적으로 버린 쓰레기로 추정된다.

경남 양산 하북면에 있는 A 공원묘지. 설 명절 동안 다녀간 성묘객들의 손길로 만 4천여 기의 묘들이 정갈하게 정돈돼 있다.

하지만 깔끔한 묘지와는 대조적으로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몰래 버린 쓰레기로 악취를 풍기고 있다. 12만평의 공원 구석구석에는 깨진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 과일상자까지 쌓여 있다. 오랜만에 조상묘를 찾은 성묘객들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성묘에 나선 김상호(26)씨는 "자신들의 가족묘를 돌보고 나서는 길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조상들이 잠든 곳에 너저분한 쓰레기가 널려 있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처리하기 힘든 냉장고나 부서진 책상, 산업 폐기물 까지 성묘길에 버려져 있어의도적인 투기까지 의심된다.

이 공원묘지는 올해 설 명절 동안평소 20배가 훌쩍 넘는 쓰레기가 쌓였다. 5톤 트럭 10대를 부지런히 움직여도 처리하지 못 할 형편인데다 쓰레기 처리 비용만 천만원 정도 쏟아 부어야 할 지경이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 있는 B 공원묘지도 상황도 마찬가지. 공원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과자 봉지와 음료수 캔들이 마치 사람의 발길을 따라가듯 묘지까지 널브러져있다. 조상을 뵙는 성묘길이 아니라 집안에 묵혀 놨던 쓰레기를 처리하는 날로 착각할 정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명절 쓰레기 세례를 피할 수 없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있는 S 아파트 단지의 경우 명절기간동안 쓰레기 투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은 오물들로 넘쳐나고 있다. 주차된 차량 틈사이에서 하수구 구멍, 심지어 어린이 놀이터 땅을 파서 쓰레기를 묻어 두기도 한다.

부산, 경남 주요 고속도로는 아예 쓰레기를 포대에 담아 갓길에 어지럽게 널어 놓는 경우도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일부 귀성객들은 골치아픈쓰레기를 싸들고 고향길에 나서기도 한다. 버려진 양심도 문제지만 쓰레기 장애물로 교통사고도 발생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정겨운 고향길에 어울리지 않게 곳곳을 혐오스럽게 장식하고 있는 쓰레기들. 풍성한 명절의 또 다른 얼굴이 되고 있다.


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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