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수학시간에 골머리를 앓으며 계산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푸는지는 알겠는데 계산에서 실수했을 때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었다. 계산기를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 모두 한 번쯤은 해봤을 터. 최근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내겐 너무 어렵기만 한 수학

우리나라에선 '수포자(수학 포기자)'란 말이 널리 쓰일 정도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괴로워하기까지 할 정도. 대학 입시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학 공부를 하지만, 왜 배우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학 성적은 좋다. 2012년, 65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 과목 성취도는 OECD 국가 중 1위였지만 흥미도는 28위였다. 교육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학습량을 줄이고 수업 중 계산기, 엑셀 등 공학도구를 활용하며 과정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계산기 사용'이 논란이 됐다.



전면 도입 No!

교육부는 새 수학 교육과정에서 통계를 강화하자는 맥락에서 계산기 활용 방안이 거론됐는데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따분하게 여기는 수학을 실생활과 연관된 내용을 중심으로 바꿔보려는 의도였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통계'다. 학교에서 통계를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없는 이유는 계산 때문이다.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기 전에 평균값, 분산 등을 계산하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하고 만다. 계산기, 엑셀 등을 활용해 제대로 된 통계 교육을 시키자는 의미였는데, 평소 수학시간에 모든 계산을 계산기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고. 이에 따라 사칙연산을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에서는 계산기 사용이 제한될 예정이다.

계산기 도입 이모저모

계산기 사용 문제를 두고 여전히 교육 현장과 학계에서 논쟁 중이다. 계산하는 법을 다루는 단원에서는 당연히 계산기를 쓰면 안 되겠지만, 활용을 배우는 경우 계산하다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을 놓칠 수 있으니 도구를 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기초적인 계산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계적으로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YES 계산보다는 과정이 중요

단순 계산으로 인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계산 능력을 충분히 익혔다는 전제하에서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활용하면 폭넓은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계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 원기둥의 부피를 구할 경우 원주율을 곱하다가 시간이 흘러가버릴 수 있는데, 이때 차라리 계산기를 사용해 계산 시간을 줄이고 원주율이 무엇인지를 더 자세히 배우는 것이 낫다고 본다. 원리를 제대로 이해한뒤 이를 문제에 적용해 풀이할 수 있게 되면 단순한 계산에서 해방돼 수학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NO 기초 능력 저하 우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계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직접 계산해봐야지만 사고의 폭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진다는 것. 요즘 아이들은 기계에 익숙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수학에서마저 계산기에 의존한다면 사고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본다. 하위권 학생들은 기본 연산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산기를 쓰다 보면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문제를 풀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각종 시험에서 계산기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한 수학시간에만 계산기를 쓰도록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장의 목소리

계산기로 풍부한 데이터 다룰 수 있어

수업에서 계산기는 도입해야 합니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에서 계산기를 쓰지 않으면 다룰 수 있는 문제가 매우 제한됩니다.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실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고, 가상의 수치를 가지고 문제 상황을 제시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수학이 실제 세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시험입니다. 시험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계산기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시험문제를 못 풀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험시간에도 사용한다는 결정을 한 다음에 수업에 계산기를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이 경우 공평성을 위해 학교에서 계산기를 대량으로 구입해 모든 학생이 같은 기종의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라도 계산기 도입을 통해 더 풍부하고 실제적인 데이터를 수업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준(누원고등학교 수학 교사)

사고를 위한 도구로서 활용해야

계산기 사용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을 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수학 교육의 변화를 위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계산기 사용 문제가 마치 새로운 수학 교육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상황도 안타깝습니다. 단지 빠른 시간 안에 실수하지 않고 계산한 뒤 나온 결과만을 평가하는 현재의 수학 교육에서 계산기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사고의 과정을 배우는 데 수학 교육의 초점을 맞춘다면 계산기는 훨씬 더 많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발견의 도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이용할 수 있고 여기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앱이 있어 단지 계산기에 국한해서 그것을 사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의는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합니다.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고 하는 수학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수학도 있으며, 결과를 계산해서 답을 내는 도구가 아닌 수학적 원리를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생각한다면 수학 교육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김연주(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수학 교사)

전면 도입은 반대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사용 방안에 대해선 제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계산기나 공학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입니다.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 해결력 혹은 창의성 개발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것입니다. 계산기를 사용함으로써 빅 데이터나 실제 데이터를 처리해볼 수 있어서 실생활 문제의 접근이 용이해집니다. 다만 암산력을 키우는 초등 1, 2학년에서는 규칙성을 찾는 것과 같은 주제에 선별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교사가 도구 사용의 장단점을 인지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공학 도구에 대한 교사 교육이 선행돼야할 것입니다.
고상숙(단국대 수학교육과 교수)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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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 부리는 것을 좋아하고, 어른을 곤란하게 만들고는 깔깔 즐거워한다. 바로 남자아이, 아들이란 이름의 외계인이다.

여자인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특징



엄마는 여자, 아들은 남자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를 언급하지 않아도 그 성향이 얼마나 다를지 짐작이 된다. 남편과의 연애시절을 떠올려보자. 이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싶었다면, 아들과도 똑같은 밀당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의 타고난 성향을 인정해야 그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법. 엄마는 모르는 아들의 특징을 짚어보자.

1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만 2세를 전후해 자의식이 생기며 이와 동시에 이기심이 생긴다.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춰주려는 가정환경이 맞물리면 남과 나누려 하지 않고 독점하려는 성향은 더욱 커진다. 여자아이는 눈치가 빨라 사회적으로 고립의 위험이 감지되면 스스로 잘못을 고쳐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지만 남자아이는 주변 분위기에 둔감하다. 외면당하고 소외되는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남들의 인정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 특히 남자아이는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로 자라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환경적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과 나누는 즐거움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하자. 자기 몫을 뺏기는 게 아니라 나누는 기쁨을 알도록 칭찬해주자.

2 폭력성은 남자아이의 성향이다


남자아이는 본능적으로 힘겨루기를 통해 육체적으로 친밀해지고 자신감을 얻는다.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고 서열을 정한다. 자기방어나 정의가 기본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라면서 자신의 공격성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적절한 배출구를 찾아야 한다.

3 타고난 에너지를 분출하려 한다


남자아이는 에너지를 발산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어린 시절처럼 골목길에서 또래와 어울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이제는 찾을 수 없다. 대신 엄마와 함께하는 자전거타기, 공놀이, 숲놀이, 산책 등 바깥놀이로 에너지를 분출해주는 수밖에 없다. 남자아이는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아이디어를 짜내 동기를 불어넣어주어야 한다.

4 태생적으로 승부욕이 강하다


아들의 승부욕은 조심스럽게 이끌어내고 안전하게 인도해야 바람직하게 발휘된다. 사소한 일상에도 습관적으로 아들의 승부욕을 발동시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조정하려 드는 경우가 많은데, 노력없이 얻은 승리의 경험은 아이의 교만을 키울 뿐이다. 전문가들은 남자아이의 승부욕을 다룰 때는 시기심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경쟁을 독려하면서도, 남에게 해를 가하면서까지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5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실험에 따르면 남자아이는 생후 6개월만 되어도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울음소리로 엄마의 도움을 기다린다고 한다. 남자아이는 천성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스스로의 방식을 인정하고 개성을 다독여주면 창의성으로 발전한다. 믿고 존중해주는 것만큼 실현된다. 아이는 다양한 시도를 격려해주자. 엄마의 믿음을 통해 자신의 방식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때 아이는 자기가 가진 최고의 잠재력을 표현할 수 있다. 더욱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협조적인 남자로 자란다


엄마의 말이 바뀌면 아들도 바뀐다


지혜로운 대화의 기술은 아들을 변화시킨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표현을 명령조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보자. 돌 전후 아이도 말로 표현을 못할 뿐 엄마의 말을 모두 다 알아듣는 걸 명심하자.

명령조


그렇게 해 vs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남자아이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항한다. 거칠게 남자아이를 다루면 반항심만 커지지만 부드럽게 접근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이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나도 모르게 명령조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면 의외로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잔소리


가르치듯 말하기 vs 일깨워주기
남자아이는 누군가가 가르치듯이 말하는 걸 싫어한다. 가르치려 들면 무뚝뚝하게 반응하고 잘 전달되지도 않는다. 질책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어른의 말을 더 잘 받아들인다. 어른과의 대화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중요시하고 불필요한 세부사항은 성가시게 생각하는 게 남자아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르치듯 잔소리하기보다 정보를 전달하여 문제를 설명해주고 상황을 일깨워주는 데 목적을 두고 얘기해야 잘 통한다. 어른의 감정을 분명하게 덧붙여주면 아이는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부정적 표현

안 돼, 하지 마 vs 긍정적인 표현
규칙과 제재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게 남자아이를 통제하는 확실한 방법인데, 이때 허용 가능한 행동 범위를 "안 된다, 하지 마라"같이 부정적인 말로 표현하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반항심이 생긴다. 긍정의 말로 표현하면 좀 더 효과적이다. "집에서 뛰지 마라" 대신 "뛰어놀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놀아라" "텔레비전 좀 보지 마라" 대신 "텔레비전은 저녁 먹기 전까지만 보자"처럼 부정적인 말을 내뱉기 전에 긍정형 문장으로 고쳐 쓸 시간을 가져보자.

수치심


큰소리의 꾸짖음 vs 잠깐의 귓속말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남자아이는 쉽게 흥분한다. 과시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마구 분출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면 과장된 행동이나 말로 실수하게 되고 당연히 엄마의 지적이나 꾸중을 받게 된다. "너 자꾸 이러면 엄마가 여기 내버려두고 갈 거야. 다시는 너랑 외출 안 할 줄 알아!"라고 큰소리로 아이를 협박해보지만 상황은 점점 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때 조용하게 귓속말로 속삭여보자. "자꾸 이러면 너 곤란해질거야." 남들 앞에서 혼날 경우 더욱 모욕감을 느끼는 남자아이에게 때로는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무시


부정적 반응 vs 기 살려주기
남자아이는 아빠처럼 힘이 세지고 싶어 한다. 공룡이나 로봇 장난감을 좋아하고 싸움놀이를 즐긴다. 놀면서 "나는 아빠만큼 힘이 세" "공룡도 나한테 져" 등의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엄마가 "힘만 세면 뭐해" "폭력은 나쁜 거야" 등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자신을 나쁜 아이 취급하는 엄마에게 실망하고 화도 느낄 것이다. "그럼 우리 아들이 다음에 악당도 무찔러줘. 엄마는 아들만 믿을게"하며 기를 살려주면 아이는 신나서 눈을 반짝일 것이다.

길게 말하기


저래서 저러니까 vs 그럼 이렇게 하자
남자아이는 길게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짧게 핵심만 이야기한다. 감정적인 접근보다 팩트로 설명하자. "엄마가 얼마나 힘들겠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같은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마는 힘들게 너를 낳아서 네가 이만큼 자라준 게 정말 너무 행복하고 기뻐. 너를 하늘만큼 땅만큼 무지무지하게 사랑해"라고 하면 남자아이는 못 알아듣는다.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꾸중


진지함 유머 코드 vs 잔소리와 질책 대신 유머로
재치있게 대응하자. 분위기는 좀 더 가벼워지고 일단 웃음보가 터지면 아이는 기꺼이 시키는 일을 한다. 목욕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에게 "목욕을 해야 깨끗해지지. 도대체 왜 엄마 힘들게 이리 떼를 쓰는 거야" 소리 지르는 대신, 머리를 살펴보며 과장되게 "네 머릿속에 뭔가 기어다니는 게 보여! 빨리 목욕해야겠다!" 와락 덮쳐 안고 욕실로 간다면 어떨까. 유머 감각은 아이에게 동기를 주고 상황을 즐기도록 만들어준다.

넘겨짚기


그럴 줄 알았어 vs 혹시 이럴 생각이었니?
엄마의 흔한 실수가 넘겨짚기다. 편견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혹시 아이의 의도를 넘겨짚었다면 어린아이라도 바로 사과하자. 아이가 존중받는 느낌을 받으면 그 대상을 존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전! 아들답게 아들 키우기



아들은 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로 엄마를 좌절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말썽쟁이 아들한테 지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훈남 엄친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1 한 살 아들! 호기심을 길러라


여자아이는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인간관계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지만, 남자아이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에만 관심을 둔다. 한 살 때는 아이의 감정과 뇌의 기능이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다양한 방법으로 오감을 자극해주어 여러 분야의 발달을 촉진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극을 통해 아이의 호기심이 발달한다.
❶ 엄마 목소리로 말을 걸자
청각이 예민한 아이는 언어 능력이 빠르게 발달하고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아이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각이 가장 먼저 발달하는데, 이때 가장 좋은 자극은 엄마의 목소리다. 다정한 목소리로 자주 말을 걸어주자. 소리 나는 장난감을 활용하거나 기분 좋은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❷ 충분히 스킨십을 한다
촉각이 발달해 몸의 감각이 예민한 아이는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피부에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것이 근육 발달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스킨십을 충분히 해주고 쓰다듬거나 어루만져 기분 좋게 해주자. 차가움과 따뜻함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도 좋다.

2 두 살 아들! 의욕을 길러라



두 살은 의욕이 생겨나는 시기다. 남자아이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자기 힘으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체험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 바로 의욕 넘치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비결.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의욕을 갖는다면 위험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되도록 제지하거나 "안 돼"라는 말을 줄이도록 한다. 대신 해냈을 때 마구 칭찬해준다.
❶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정하고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지 못한 방법이다. "안 돼"라는 말 대신 안 되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자. "위험해" "뜨거워" "아파"처럼 강한 어조로 냉정하게 아이의 눈을 보고 이야기해준다. 이 시기에는 직접 체험하게 해주면 효과적이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면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
❷ 방법을 미리 가르치지 않는다
남자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하기를 좋아한다. 어른이 먼저 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흥미를 잃고 시들해지곤 한다.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딸랑이를 쥐여주며 엄마처럼 흔들어보라고 시키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입에 넣어보고 두드리고 던져보고 놀면서 흔들면 소리가 나는 장난감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3 세 살 아들! 집중력을 길러라



나무쌓기 장난감을 주면 한 살 아이는 던지고 두드리고 휘두른다. 두 살은 겹쳐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논다. 세 살은 색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쌓아놓고 집이라고 상상하며 논다. 세 살 때가 바로 집중력을 길러줄 시기다. 집중이란 혼자 몰두하는 것이므로 부모는 간섭하지 말고, 한 가지에 오랫동안 몰두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❶ 자연으로 데려가면 집중력이 생긴다
원래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쉽게 싫증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다. 이때 자연으로 데려가자.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마음껏 뛰어놀고, 한동안 흥미로운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체험하고 생각하고 탐구하면서 집중력이 생겨난다.
❷ 운동을 통해 집중력을 높인다
집중력이 부족한 것은 뇌에서 내리는 복잡한 명령을 행동으로 옮기는 시스템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몸을 마음껏 움직여 신체를 통제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길러진다. 남자아이에게 집중력을 길러준다고 붙잡고 앉아서 책을 읽게 하거나 학습을 시킨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뿐이다.

4 네 살 아들! 자립심을 길러라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비해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남의 말을 듣거나 도움 받기를 좋아하지 않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못한 경향도 보인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자립을 위해 과잉보호해서도, 방임해서는 안 된다. 아들의 사회성을 위해서는 자립심이 우선되어야 한다.
❶ "내가 할래요"를 지지해주자
자립심은 스스로 해보려는 의욕에서 출발한다. 되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들여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스스로 해보려는 시도를 통해 성취감을 느낀 아이는 자존감 높고 의욕 넘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욕구 실현의 기회를 금지당한 아이는 소극적이고 스스로의 일도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라는 아이가 된다.
❷ 자립심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자기 일부터 스스로 하는 자립심 뒤에는 책임감이 따라와야 한다. 여자아이는 시도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줄 알지만 남자아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실패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이때,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그대로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면 책임감을 가르쳐야 한다. 자기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자.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맺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임감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아들의 미운 네 살은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임신 6주 차 정도에 태아의 신체 내부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호르몬이다. 남자아이의 고환이 형성되면 테스토스테론이 추가로 생성되며, 아이가 태어날 무렵에는 온몸에 테스토스테론이 흘러넘친다. 출생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줄어들었다가 남자아이가 네 살이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다시 분출되기 시작해 활동화 모험, 거친 놀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다섯 살이 되면 다시 양이 줄어들었다가 열세 살 무렵에 급상승하여 열네 살 무렵이 되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미운 네 살과 중2병, 남자아이의 말썽과 고집은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다.

남자아이도 상처받는다
신체 활동에 시간을 보내느라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감정을 깨닫고 느낌을 말로 설명하는 기술을 잘 배우지 못한다. 특히 흥분이나 분노 같은 감정일수록 더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이 대부분 아들은 상처받지 않는다 생각하고 무심하게 대하기 쉽지만, 여자아이만큼 예민하게 대해주줘야 한다.


도움말 손석한(연세정신과의원 원장) | 참고도서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카시오페아), <남자아이 일생을 결정하는 한 살부터 일곱 살까지 육아법>(이숲)<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예담) | 의상협조 베베드피노(www.bebedepino.com), 탐스(www.tomsshoes.co.kr) | 소품협조 레어로우(www.rareraw.com)야마토야 by 디밤비(www.dibambi.com) | 모델 하시완(만 4세), 이황제(만 3세), 이로딘(생후 27개월), 이시후(생후 13개월) | 사진 송상섭 | 글 송지우(자유기고가) | 담당 박효성 기자

기자/에디터 : 박효성

[연재] 엄마에게 들려주는 아이 마음

어른들도 누군가에게 지적받거나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적을 하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상황에는 듣는 아이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늘 칭찬과 긍정적인 표현만을 듣고 자란다면,불편한 상황을 견디어 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한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늘 긍정적이고 칭찬받고 성공경험만을 가질 수는 없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혹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 들여야 하는 상황들도 생긴다. 그래서 칭찬을 통해서 성공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얻는다. 또한 지적을 통해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하고 싶은 마음도 때로는 참아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그리고 실패하여 좌절하였을 때 이겨내는 경험도 성공경험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알려주고 이러한 행동을 멈추게 하는 훈육을 할 때는 엄마의 목소리가 단호해져야 한다. 아이의 행동에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여 장황하게 혼을 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의 제한을 잔소리라고만 생각하게 되거나 아이에게 부모가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면 아이는 부모하고의 부정적인 대화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고 대화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

 

"엄마는 속상해", "엄마도 삐졌어"라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목적으로 이러한 표현을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부모가 친구같이 아이의 발달에 맞춰서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훈육을 할 때는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옮고 그름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친구 같은 부모보다는 어른의 부모의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단호하게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줄 때는 규칙을 집행하는 심판처럼 건조하고 위엄 있는 말투로 알려줘야 한다. 아이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울기도 하고 짜증을 내거나 거친 행동을 하기도 할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질 수도 있으며, 거친 행동들에 화가 나서 부모의 감정도 같이 커지게 될 수도 있다. 부모는 이런 감정들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 훈육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제한은 부모가 아이에게 허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려주는 것이며, 부모와 아이가 서로가 타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로가 전혀 다른 입장에서 타협을 한다는 것은 부모와 아이 사이가 아니어도 어려운 상황이기에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상대가 아이이기에 아이가 느끼는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것을 거절했다는 거절감과 화가 나는 마음에 대해서는 인정과 위로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제한을 할 때 아이가 느끼는 거절감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을 내어서 감정적인 실랑이가 커지면서 훈육이 어렵게 된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옮고 그른지 잘 모르고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은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차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생기겠지만 현재는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대한 서운함이 더 크기에 울음과 과격한 행동들로 불편함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성인도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았을 때의 서운함고 아쉬움을 느끼듯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이러한 감정적인 실랑이가 가장 어려운 경험이지만 부모가 잘 견디어 낸다면 부모와 아이도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차미성은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상담심리사, 놀이치료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소아정신과 내의 상담기관에서 놀이치료 및 부모상담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왔다. 현재는 허그맘 소아청소년심리센터(www.hugmom.co.kr)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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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함께하는 교육] 공부방의 변신




부모들은 공부환경을 위해 아이에게 비싼 책걸상을 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의 학습태도에 따라 좋은 공부환경은 다르다.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딸 우림이는 활발한 편이다. 주관이 뚜렷하다. 깔끔하다. 공부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하고 필요한 과목은 과외로 보충한다. 친구들과 토론하며 문제 푸는 걸 좋아한다. 한데 중학생인데도 시험기간에는 카페를 찾아가 공부한다. '엄마. 방이 추운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가을께 우림이가 이런 소리를 했다. '공부방 바꿔볼까?''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서은덕씨가 딸 이우림(한양대부속고 1학년)양의 공부방을 바꾸게 된 사연이다. 이양은 "중학교 때 공부방의 분위기, 구조 등이 학습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 진학 전에 개선해보고 싶어 엄마에게 얘기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초부터 약 3주 동안 3평짜리 공부방이 조금씩 변신을 했다. 처음에는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봤지만 엄마는 단순히 돈 들여 가구만 바꿔주는 방식이 싫었다. 서씨는 "우리 딸 성격과 학습태도 등을 고려해 맞는 환경을 꾸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민하던 중 <공부방 꾸미기 달인 프로젝트>(시냅스)의 공동저자이자 공부환경 컨설팅 회사 웰스터디(wellstudy.co.kr) 임한규 대표 도움을 받았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한테 비싼 책걸상을 사주면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한다. 임 대표 생각은 다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 공부환경을 바꿔주려고 할 때 인테리어, 가구 업체 등을 찾아 비싼 제품을 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값비싼 책걸상이라고 모든 아이에게 다 좋은 게 아니다. 아이 개개인의 성격, 학습태도 등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좋은 공부환경은 다르다. 자리 배치만 바꿔줘도, 저렴한 비용을 들여 시계나 스탠드만 사줘도, 아이에게 맞는 좋은 공부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공부환경을 바꾸려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성격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환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많은 편이다. 카페처럼 분위기 있는 실내 공간을 선호한다.' 이양의 성향이다. 임 대표는 "우림이 공부방을 바꿀 때는 주관이 뚜렷한 방 주인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환경을 바꾸는 일에 적극 참여시켜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하면 좋다.

고1, 창가 바라봤던 책상 방향을 바꾸다

먼저 대부분의 공부방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문제부터 고쳤다. 이전 공부방을 살펴보면 "춥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책상은 방문을 등진 채 창문이 있는 외벽 쪽을 향해 있었다. 임 대표는 "창문 가까이 책상을 배치하면 밖이 잘 보이고, 확 트여서 공부할 때 졸음이 안 올 것 같은데, 사실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책상이 창을 바라보고 있을 경우, 창밖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쉽다. 온도 차이도 방해요소다. 봄·여름에는 따뜻해서 졸음이 밀려오고, 가을·겨울에는 추워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책상이 문을 등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누군가 방에 들어올 것 같다는 불안함을 느낀다. 책상은 창이 있는 벽을 오른쪽에 두고, 방으로 들어오는 문 쪽을 향해 다시 배치했다. 사용하던 회전식 의자는 고정식 의자로 바꿨다. 회전식 의자는 몸을 좌우로 쉽게 움직이게 한다. 몸과 함께 시선도 좌우로 분산되기 쉽고 당연히 집중력도 떨어진다.

1. 책상이 문을 등지고 있으면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
2. 책장 불필요한 책 많으면 산만
3. 카페에서 공부하기 좋아하면
   옷장 들어내고 테이블 설치
4. 학생의 성향을 최대한 반영
   집중력 생겨 공부시간 길어져
6. 당장 성적 오른다는 기대보단
   기초체력 다진다는 차원 접근


일반적인 문제점을 개선한 뒤 이양의 성격을 반영해 방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이양은 시험 때 종종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개방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음악도 잔잔하게 깔리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이런 성향을 반영해 공부방 한쪽 공간은 카페 분위기가 나게 꾸몄다. 벽면을 꽉 채우던 옷장은 들어내고, 책상을 놓고 남은 방 한쪽에 간단한 테이블과 의자 두 개를 놨다. 

 

은은한 불빛이 나오는 스탠드도 설치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이양이 직접 테이블과 스탠드 등을 고르게 했다. 벽에는 작은 화이트보드를 걸었다. 평소 친구들과 토론하며 문제 푸는 걸 좋아하는 학생들의 방에는 이렇게 화이트보드 등을 걸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학습 내용을 설명하는 상황을 연출해보게 하면 좋다.

책상 위, 시선 정면을 향해 놓여 있던 컴퓨터는 창가 쪽 벽면으로 치웠다. 여학생일 경우, 시선 정면에 컴퓨터가 놓여 있으면 모니터에 비치는 자기 모습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환경을 바꾼 뒤 이양은 공부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오래 공부를 해서 지루하다 싶을 땐 책상 앞에서 테이블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공부하기도 한다. 이양은 "중3 초에 몸이 아파 학교를 못 나가는 기간이 있었던 탓에 원하던 자율형사립고 진학이 어려웠었다.

 

한데 공부방을 바꾼 뒤 기말고사 성적이 정말 많이 올라서 결국 원하던 학교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공부환경을 바꿈으로써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던 시간이 줄었다. 공부방 변신은 나에게 맞춤한 가장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찾게 해줬다."

초등 고학년, 내 나이에 맞는 벽지를 고르다

아이들 성향은 다 다르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의 공부방은 대개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에 올라갈 때 인테리어 업체 홍보책자에 나오는 비싼 공부방을 그대로 선물 받곤 한다. 아무리 비싸고 예쁜 공부방도 아이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김민서(구로초 5학년)군의 공부방은 약 1.5평. 공간이 좁다. 4개월 전만 해도 공부를 하다가 거실로 들락날락한 적이 많았다. 김군은 최근 들어 방에서 2~3시간을 내리 숙제하고 공부하는 집중력을 보인다. 마법의 책걸상이라도 들여놓은 걸까 싶지만 엄마 김은숙씨는 "벽지 바꿔준 것 외에는 돈 들인 게 없다"고 했다.

"저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있어요.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아요." 김군은 또래와 비교할 때 의젓하고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줄 알았다. 임 대표는 "민서군은 초등 저학년 티를 벗은 상태고, 자기 주관도 뚜렷하며 독립심도 있는데 공부방은 아이의 성장을 반영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4개월 전, 김군의 공부방에서도 책상은 창가 쪽을 바라보고 문을 등지고 있었다. 좁은 방인데도 책상 뒤쪽에는 책장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 책장에는 유아·초등 저학년 때 읽었던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방 벽지도 문제였다. 비행기, 달 등 어린애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어울리지만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김군한테는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었다. 임 대표는 "민서군 공부방은 아이가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성장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책상은 김군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문이 보이는 곳에 배치했다. 김군은 "문을 등지고 있을 때에 비해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없어 집중하기 좋다"고 했다. 책장은 한 개로 줄였다. 읽지 않는 책들을 서가에 굳이 꽂아둘 경우, 꼭 읽어야 할 책들과 섞이기 쉽다.

 

현재 연령에 맞는, 꼭 필요한 책들 위주로 추렸다. 유치원 때부터 봐왔던 벽지는 차분한 느낌을 주는 은은한 초록색 벽지로 바꿨다. 아이 스스로 "내 나이에 맞는 방을 쓴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공부방을 바꾼 뒤 김군은 "청소는 엄마가 해주지만 책상과 서가 정리 등은 나 스스로 한다"며 "공부방을 지금처럼 유지하면 앞으로 더 집중력이 생길 것 같아 흐트러트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엄마 김은숙씨는 "아이가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서 공부방을 바꿔줘야겠다 싶었다. 결과적으로 성장 속도 변화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변화를 잘 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성장을 앞둔 초등학교 때 공부방을 바꿔주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임 대표는 "이때 아이에게 맞는 공부환경을 잘 구축해주면 중·고교에 가서도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부방을 새로 꾸밀 때 부모는 공부환경에 대한 투자를 아이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로 여겨야 한다. 공부방 하나 바꿔줬다고 당장에 성적이 오른다고 기대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는 이야기다. <공부방 꾸미기 달인 프로젝트>의 공동저자 인천 은지초 정윤호 교사는 "공부환경을 바꿔준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아이의 공부 기초 환경을 점검해주는 거다.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켜 성적을 올리는 것처럼 단번에 효과를 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은 아이의 공부 기초체력을 다져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목고나 민사고 등에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자기 집 공부방에서 예·복습을 하는 습관이 배 있다. 어릴 때 자기 공부방에서 공부했던 습관은 대학까지 이어진다. 물론 학교 공부도 중요하다. 한데 공부를 해도 성과가 없는 아이들을 보면 집에서 절대 책을 펼쳐본 적도 없고, 자기 공부방이나 책상을 정리해본 적도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중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나는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무조건 돈을 투자하면 된다는 경향도 강하다. 불편한 방향에 있던 책상 위치를 바꿔주는 등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다. 내 아이의 성격과 상황을 읽어보려는 관심이 필요하다."

김청연 기자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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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을 때도 애들은 쉼없이 카카오톡
외동아들·딸 많아 가족에서 사회배울 기회적어
10명중 9명 "부모와 한마디도 안하는 날 있다"

◆ 해체되는 한국의 가족 ④ ◆

 

# 일요일 저녁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김재현 씨(48) 가족 4명이 오랜만에 거실에 모였다. 고등학생인 큰딸과 중학생인 아들은 주말에도 학원 수업에 다니느라 가족끼리 제대로 식사도 하기 어렵다. 식사 중에 두 자녀는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부친이 말을 걸어도 "네" "아니요"라는 단답형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 부모의 무관심과 스마트폰 등 문명의 발달로 인해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는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학생들. <이승환 기자>

 

#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주부 장순희 씨(42)는 딸이 '담탱년'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자주 들었다. 뜻을 물어보니 담임교사를 가리키는 비속어다. "그런 말은 쓰지 말라"고 주의를 줬더니 "친구들이 모두 그렇게 부르는데 나만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왕따당한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왕따'라는 말에 흠칫 놀라 장씨는 더 이상 딸을 나무라지 못했다.

'가족보다 돈이 먼저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한국방정환재단이 최근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행복의 조건으로 '가족'이 아닌 '돈'을 선택했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6791명 중 초등학교 4학년은 가족(54.4%)이 돈(3.1%)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같은 격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좁아져 고교 2학년 그룹에서 역전(돈 25.2%ㆍ가족 24.8%)됐다. 유아ㆍ청소년기에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사회 규범을 체득하는 가정교육이 약화되면서 사회적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추악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 살해를 사주한 10대 아들 K군과 범행에 가담한 고등학생 등 2명이 구속됐다. K군은 자신을 홀대한 부모가 보험회사에 상해와 생명보험 10여 개에 가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잠을 자고 있던 부모를 둔기로 살해하려다 아버지에게 붙잡혔다.

인성교육의 제1차 장소인 가정교육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이혼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부모ㆍ자식 간 대화 단절과 가정교육 붕괴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주일 내내 직장생활에 쫓겨 대화 시간을 못 갖는 아버지가 주말 자녀와의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좀처럼 대화의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아빠의 무관심이 공부 잘하는 자녀를 만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는 아빠는 자녀들에게 절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048명을 대상으로 가족과의 대화 시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기혼 남성 응답자 중 42.9%가 "자녀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 하루 평균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은 39.3%, 1시간 미만은 40.7%에 달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가족들과 1시간도 채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세계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부모와 자녀의 평균 대화 시간이 가장 적다"며 "인성교육은 학교보다 가정에서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가정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청소년이었을 때도 매일 아버지와 대화하는 평균 시간이 5~10분에 불과했다"며 "과거와 비교해 지금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덜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 '상호작용' 기회가 크게 축소돼 고독한 청소년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과거엔 형제자매가 많아 서로 어울리고 다투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느꼈는데 지금은 인구학적으로 가족 형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 해체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지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5~19세 연령층 청소년이 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인지율(2010년 기준)은 70.3%로 2008년 조사 때(60.0%)보다 10.3%포인트 상승했다. 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55.3%) △외모ㆍ건강(16.6%) △직업(10.2%) △가정환경(6.8%) 순이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 부모님과 자신의 고민에 대해 매일 대화한다고 응답한 청소년(9~24세) 비율은 8.0%에 불과했다.

급격히 상실되는 가족의 의미는 고독한 한국의 청소년을 모바일과 인터넷 세상에 빠져들게 하는 '은둔형 외톨이'로 만들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19세 청소년 중독률은 20~49세 성인(6.8%)보다 훨씬 높았다.

더욱 놀라운 건 5~9세 어린이의 인터넷 중독률이다. 역시 성인층 중독률을 추월한 7.9%에 달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생각 없이 건네주는 스마트폰이 우리 아이들을 고독한 호모 모빌리쿠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부모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교육과 상담 기능이 스마트폰 앱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청소년들의 자살과 학교폭력도 결국 가정교육의 붕괴에서 초래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뛰어놀며 성장해야 하는데 부모들의 과도한 욕심에 따른 '성적 지상주의' 광풍 때문에 아이들이 또 다른 희생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인성교육을 하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 보편화돼 있었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들이 손자손녀들의 인성교육을 맡아주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사회 분화 추세로 이제는 조부모들의 대리 인성교육도 불가능한 구조가 돼 버렸다.

채진영 전북대 교수(아동학과)는 "교육 현장의 권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것은 교사들을 존경하지 않는 부모들의 분위기가 자녀들에게도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전병득 차장 / 채수환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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