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도 호원도장
2012. 1. 12. 14:48
2012. 1. 12. 14:48
(천안=연합뉴스) 정태진 기자
추위에 떠는 할머니를 위해 한복을 훔치던 중학생에게 경찰이 딱한 사정을 듣고 수갑을 채우는 대신 훈방과 함께 겨울이불을 들려 보냈다.
중학교에 다니는 A(13)군은 지난 7일 새벽 1시 30분께 재래시장인 천안시 사직동 중앙시장 한복가게에서 한복 1벌을 훔쳐 나오다 경비원에게 붙잡혀 천안동남경찰서 문성파출소로 넘겨졌다.
당시 근무중이던 이태영 경사와 최영민 순경은 A군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다 부모없이 할머니와 두 남동생과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날 범행도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월 10여만원으로 생활하는 처지여서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에서 기름이 없어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하고 여름 이불 2채를 겹쳐 덮은 채 벌벌 떠는 할머니와 동생들 모습을 보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사 등은 피해자인 한복가게 주인을 찾아가 딱한 사정을 전하고 용서를 빌도록 하자 주인은 오히려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고 이불까지 선물했다.
경찰은 잘못을 크게 뉘우치는 A군에 대해 처벌 대신 훈방조치 하고 할머니 품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A군의 손에는 문성파출소 직원들의 정성으로 가족들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솜이불과 라면, 성금 20만원이 들려졌다.
이태영 경사는 "A군의 집을 가보니 여러달째 난방이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고 방에는 여름 이불 2채가 전부였다"며 "앞으로도 수시로 찾아가 가족을 돕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t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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