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에 추종심리 원인
차이 인정하는 법 못배워
인성교육 등 대책 세워야


#1.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못 배웠어요."(서울 목운중 3학년 최모 군)

#2. 센 척하지 않으면 우습게 봐요. 애들한테 우월해 보이고 싶어요.(경기 수하중 3학년 임모 군)

#3.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요. 학교 갔다 학원 갔다 매일 공부 공부….

      때리고 나면 스트레스 풀리고 우쭐해져요.(서울 휘문중 2학년 이모 군)

#4. 같이 왕따시키지 않으면 내가 왕따되니깐요.(서울 영림중 3학년 이모 양)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학교 폭력의 당사자인 중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폭력 원인은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교폭력 발생 이후 사후대책 부족에서 찾은 반면, 학생들은 차이와 배려에 대한 교육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헤럴드경제 사건팀이 지난 5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 중학교 10곳의 학생 20명을 인터뷰한 결과, 중학생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차이에 대한 교육 부족" "외부에 대한 자기 방어 및 자기 과시욕" "스트레스 해소" "추종심리" 등의 이유를 꼽았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인성교육 부족'을 학교폭력 발생 이유로 꼽았다. 서울 양천구 목운중 3학년인 최모 군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차이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왕따시키고 때리는 것"이라면서 "학교에서도 차이나 차별에 대해 거의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서울 대왕중 3학년 여모 군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나 '나대는'(튀는) 행동 하는 애, 혼잣말하는 조용한 애는 소수자란 생각에 아무렇게나 해도 될 것 같아 때렸다"며 "뭔가 나랑 다르고 평범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휘문중 2학년인 성모 군도 '특이한 외모, 힘이 약한 학생을 인정치 못하는 획일화된 학생사회'와 '교육의 부재'를 학교폭력의 발생원인으로 지적했다.

학교 폭력은 일종의 자기존재감 확인 및 과시욕의 수단이라는 대답도 많았다. 본인을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밝힌 경기 수하중 3학년 임모 군은 "약한 친구를 때려서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애들 사이에서 관심 끌고 우월해 보이기 위해 자주 장난을 거는데 이기기 위해 보통 힘없는 애를 건드린다.
 
또 친구의 장난을 그냥 받아들이면 애들이 우습게 보기 때문에 별로 화가 안 나도 치고받고 싸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모 군은 "학교 내 완고한 (싸움)서열은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역시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대왕중 3학년 임모 군은 "그냥 짜증날 때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면서 "내가 최고란 생각이 학교폭력을 초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질감을 중시하는 사춘기의 특성상 학교폭력을 외면하면서라도 다수와 동질감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란 대답도 있었다.
 
서울 영림중 3학년인 이모 양은 "왕따당하는 애를 보면 불쌍하지만 괜히 편들었다간 나도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본 척하거나 같이 왕따를 시키게 된다"면서 "내가 그 무리에서 벗어나는 게 두렵다"고 털어놨다.

공부에 대한 과도한 압박감과 공부에 집중된 생활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했다. 서울 휘문중 2학년 이모 군은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요"라며 "매일 학교 학원만 왔다갔다 한다. 공부 압박감에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풀 시간도 없고 풀 곳도 없으니 약한 애들한테 푸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역시 중학교 3학년인 전모 군은 제대로 놀 것도 없고 스트레스 풀 데도 없으니깐 애들 왕따시키면서 재미를 느낀다"면서 "일종의 집단 놀이문화"라고 전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지 아이들에게 진솔하게 들어봐야 한다"면서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후처리뿐 아니라 평소의 인성교육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 사건팀/hhj6386@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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