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야단치면 대들기 일쑤… 혹시 우리 아이 '반항장애'?

 




한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내 집안 '왕자와 공주님'들. 사랑스럽다보니 웬만큼 떼를 쓰거나 거짓말을 해도 귀여운 투정으로 용납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미운 일곱 살은 물론 사춘기에 들어서면 시도 때도 없이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한다. 부모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사춘기가 일찍 온 것'이라며 자위도 하고, '양육을 잘못했나'라며 자책도 하지만 막상 아이를 대할 때면 화만 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른을 무서워하지 않고 대들기 일쑤인 내 아이, 어떻게 대하고 고쳐야 할까.

◆ 일반적 반항과 반항장애는 구별해야 = 성장기 땐(어린이.청소년) 누구나 때때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 실제 의사소통이 되기 시작하는 두 돌쯤부턴 부쩍 떼쓰기가 는다. 이 시기 아이들은 뭔가를 자기 뜻대로 하고싶은 생각은 많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자연히 좌절감.분노 등을 느끼며 이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울기.소리 지르기.떼쓰기.물건 집어던지기 등의 반항적 행동을 나타낸다. 심한 아이는 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에서조차 무작정 울고 떼쓰는 '분노 발작'도 보인다. 선악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관을 유아기부터 심어줘야 하는 이유다. 물론 교육과 훈육을 제대로 받아도 완전할 수는 없는 일. 특히 인생의 과도기인 사춘기 땐 이유 없는 반항을 한 번씩은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교우 관계, 학업,선생님.부모와의 관계에 '장애'가 생긴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초등학생이라도 매사 비협조적이며 어른한테 대들고 성질 부리는 일이 다반사인 아이,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매번 남 탓으로만 돌리는 아이 등 반항장애가 의심될 땐 (표 참조)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반항장애를 방치하면 자칫,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비행 청소년, 혹은 성인기 범죄를 쉽게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항장애(적대적 반항장애)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유병률(2~16%)에 차이가 많다. 예컨대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억압과 통제가 심했던 한 세대 전만 해도 반항장애는 매우 드물었던 병이다. 반면 서구식 평등개념이 보편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반항장애 자녀가 급증해 10% 전후로 추정한다. 즉 반항장애는 아이의 타고난 천성과 양육 환경의 결과로 초래된 질병이다.

◆ 반항의 원인부터 찾아야 = 일단 반항장애 진단이 내려지면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예컨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반항장애의 원인일 땐 뇌의 이상을 교정해주는 약물치료로 충동성 조절부터 해야 문제 행동이 개선된다. 유 교수는 "뇌 이상으로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 치료 대신 혼만 내다보면 반항적 태도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약물 치료로 충동성이 조절되면 혼날 일이 거의 없어지면서 반항하던 아이가 온순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어린이.청소년은 우울증.불안증 등이 있어도 매사 반항적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이때도 약물치료.정신치료로 우울증 등이 낫게 되면 반항장애도 덩달아 좋아진다.

◆ 일관적 도덕관과 양육태도가 필요 = 반항장애 아이를 만들지 않으려면 우선 어릴 때부터 분명한 가치관, 즉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 예컨대 두세 돌 된 유아라도 심하게 떼를 쓸 땐 초지일관 '안된다'는 말을 단호히 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떼를 쓸 때도 남들 보기 창피하더라도 아이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지 말고 '무시'해야 한다.

유아기부턴 자신의 상상력 표현 방법으로 거짓말도 시작하는데 이때도 부모는 일관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웃고 넘기거나 무작정 화내는 일은 금물. 아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부모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에서 가치관을 형성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따라서 거짓말은 나쁘며 정직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아이에게 설명해 줘야 한다.

유 교수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아이를 화나게 하면서 반항심을 키우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꼭 필요한 학교 숙제 등을 제외하곤 아이가 싫어하는 과외 학습을 억지로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

"일찍 性에 눈 뜨는 아이들 어떻게 대처할까"

 

 

 


도서관 사서인 이현희(37·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씨는 책꽂이들 사이에서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녀 어린이가 뽀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란히 앉아 책을 보거나 함께 손을 잡고 다니는 귀여운 꼬마 커플(?)을 보기는 했지만 세상에 그 나이에 입을 맞추다니. 이 씨 역시 초등 3학년 아들을 둔 터라 아이들에게 야단이라도 쳐야 할지 어째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순영(38·서울 종로구 효자동) 씨는 요즘 고민 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김 씨의 아들이 같은 반 여자 아이에게 수차례 ‘좋아한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자 실망하여 몹시 예민해져 있다는 것.

아들의 애정 문제(?)를 이렇게 일찍 고민하게 될 줄 몰랐던 김 씨는 마음고생을 하는 아들을 그저 안타까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학교 자모회에서 자신의 고민이 남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엄마들도 성에 일찍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것.

“중1 아들이 ‘섹스가 뭐야’라고 물어서 당황하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초등 3년생 아들이 ‘그것도 몰라? 남자하고 여자하고 변태짓하는 거지’ 해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목욕할 때 성기에 페트병 뚜껑을 끼우더니 ‘엄마, 이게 콘돔이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앞으로 엄마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막막해졌다. ”

엄마들은 서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결국 요즘 아이들이 사춘기가 빨라졌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소아과 전문의 김정근 박사는 “요즘 아이들은 신체적 발달도 빠르지만 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면서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한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의 성장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며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미디어에 노출되어 정신만 먼저 성숙하는 일종의 ‘어른 흉내’라는 것. 따라서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수년간 초등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이순옥(53) 씨는 1학년인데도 이성이 좋다고 표현하는 어린이들을 자주 목격한다.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틈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다 같은 친구란 개념으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관심과 재미의 대상이 자주 달라지는데 어른들이 순간 당황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아이가 자기 행동을 잘못된 걸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어린아이들인데도 ‘피부가 하얗고 눈이 동그란 인형 같은 아이’나 ‘무조건 귀엽게 생긴 얼굴’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듯하다”며 “아이들만 탓할 일이 아니라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온갖 시각 정보가 문제”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이 이성에 대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주위나 부모에게 공개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부모는 당황하는 대신 따뜻한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단,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파악하고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여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은 금물이라고 김 박사는 조언한다. 그는 “아이에게 온 정성을 기울이는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하여 오랜 시간 같이 끌어안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춘기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아이에 대한 사랑도 절제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김경애 사외기자 elleshe9@hanmail.net

 

친구한테 맞으면 너도 가서 때려라?

 

 

▲ 책 <부모가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100마디 말>
다섯 살짜리 조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끔 친구들이 자기를 막 밀쳤다고 집에 와서 얘기한다. 그럴 때 엄마는 어떤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 연약한 손녀딸이 괜히 맞는 것 같아 속상한 할머니는 "너도 가서 세게 밀쳐야지!"라고 대뜸 가르쳐 주신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 집뿐만 아니라 많은 집에서 벌어지는 모습일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당하는 것이 싫은 엄마들. 그렇다고 하여 '네가 한 대 맞으면 너도 가서 때려 주어라'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이러한 대화는 아이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부모가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100마디 말>은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아이에게 던지는 말인데 좋지 못한 대화 방식의 예를 자세하게 전한다. 다른 아이에게 맞고 왔을 경우 '너도 가서 때려야지'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잇속만 차리는 것으로 부족해서 손해 보면 견딜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폭력과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리고 나서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때리는 아이와는 가까이 지내지 않도록 조심시킨다든가 그 아이에게 심각한 목소리로 '나를 때리지 마'라고 직접 단호하게 이야기하도록 충고한다면 아이들은 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이에게 해선 안 될 질문들

어른들이 아이를 상대로 하는 흔한 대화 중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물음이 있다. 부모는 대개 재미로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그 말에 함부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부모 외에도 이모, 고모 등 친척이 이런 농담을 즐겨 하는데 아이들은 이것을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점점 어른의 비위를 맞추는 대답을 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엄마 아빠 모두 좋아. 이모 고모 할머니 다 좋아. 할아버지 빼고 다 좋아." 이런 식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이런 대화법은 아이답지 못한 사고를 유발하여 건전하지 않다고 한다. 자기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좋다고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큰둥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에게 인간을 대하는 평등한 태도를 없애고 어른의 비위를 맞추는 아첨쟁이로 키울 우려가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잘못된 대화의 예를 읽다 보면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들 중에 아이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아 깜짝 놀라게 된다. 아이가 생각이 부족하고 아직 어리다고 느껴 어른들은 쉽게 아이를 판단하거나 본인의 가치관을 주입하기도 한다. 그 생각이 올바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도 왕왕 있기에 어른이 대화를 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선생님한테 예쁘게 보여야지'와 같이 흔한 말도 아이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보이는 게 마치 미움 받는 것처럼 생각하여 심하게 순종적인 태도를 키우게 된다. 선생님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움 받지 않는 아이가 되는 것'은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모를 본보기로 하여 자라나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선물 공세에도 익숙하고 마트나 바깥나들이에 가서 부모가 이것저것 사주는 것이 많다. 이렇게 물질적인 풍요 속에 살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다른 친구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엄마가 임시방편으로 "나중에 훨씬 좋은 걸루 사줄게"라고 흔히 말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좋지 못한 대화법이다. 이럴 때는 단호하게 "미안하지만 엄마는 사줄 수가 없어. 그 이유는…." 이렇게 얘기하면 좋다.

아이들 간에 서로 물질적인 비교를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는 허영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의 허영심을 잘 이끌어 다른 사람과의 차이 앞에서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이가 내적인 미와 외적인 미를 정확히 인식하도록 도와주고 맹목적으로 외적인 허영을 부추기는 행동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즉 아이가 다른 사람과 꾸미기 경쟁을 하지 않도록 잘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점 맞으면 선물 사줄게, 노래하면 용돈 줄게, 뽀뽀하면 밖에 데리고 가 줄게'와 같은 말도 위험한 발언이다. 이런 말들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인데도 보상을 위해 그 일을 하게끔 유도하여 그 행동의 즐거움을 모르게 된다. 본말이 전도된다고 할까? 공부하는 즐거움, 노래하는 즐거움, 뽀뽀하는 기쁨을 아이가 스스로 갖도록 돕고 싶다면 이런 말보다 '엄마는 네가 100점 받으면 기쁘겠어, OO이의 노래 한 번 들어 볼까? 엄마한테 뽀뽀해 줄래?' 와 같은 말로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 이 책에 나온 100가지 말고도 얼마나 많을까?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을 잘 검토해 보면 그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어른을 거울삼아 성장한다. 특히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를 본보기로 하여 자라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면 한 마디 말을 할 때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강지이 기자

 

떨어진 성적 상담할 때 ‘대행 부모’ 모시고 학교 간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보습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일하고 있는 최진명(여·29)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작년 11월 남자 중학생이 수업을 자꾸 빠지고 숙제도 안 해서 “부모님 좀 모시고 오라”고 했더니 일주일 뒤 아버지가 학원에 찾아왔다. 당시 최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상담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중학생의 어머니가 “아이 좀 잘 부탁한다”고 찾아 왔다. 알고 보니 그전에 온 아버지란 사람은 학생이 돈을 주고 고용한 ‘가짜 아버지’였다.

 

◆부모 대행 서비스 악용사례 급증

최근 부모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런 식으로 악용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역할 대행 서비스란 부모·친구·애인 같은 역할을 도우미가 시간당 수당을 받고 대신하는 것을 말한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역할 대행 관련 업체는 30개가 넘는다. 대개는 부모 중 1명이 없는 경우 결혼식과 같은 경조사를 치를 때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도우미’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엔 학생들이 새로운 고객으로 등장했다. 학생들은 성적이 떨어졌을 때, 담배 피우다 걸렸을 때, 불법 낙태시술을 받을 때 주로 부모 대행 도우미를 이용하고 있다.

◆“울 엄마 대신 성적 상담 좀…”

고등학교 1학년인 허모(여·17)양은 지난 10월에 R사이트에서 아버님을 대신해줄 도우미를 고용했다. 그는 “같은 반 친구랑 싸우다가 그 애를 때렸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덜컥 겁이 났다”며 “엄마 얼굴은 잘 아실 것 같아서 일부러 ‘아버지 도우미’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P업체의 홈페이지 게시판엔 ‘성적 상담 대신 해주세요, 10만원 드립니다’, ‘학교에서 담배 피우는 거 걸렸어요. 학교 생활지도부에 와서 사인만 해주시면 돼요’ 같은 도우미 요청이 40여건 올라와 있다.

2004년에 문을 연 N사이트는 중·고등학생이 부모대행을 주문하는 경우가 한 달 30건을 넘는다. 사이트 운영자는 “아이들이 성적이 떨어져 선생님이 상담을 요청하거나 담배 피우다가 걸리는 식의 사고를 쳤을 때 도와줄 사람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3시간에 7만~10만원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운영자는 “수당의 20%를 수수료로 미리 내면 사진을 보고 대리 부모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낙태시술 보호자 대행까지

‘부모 대행 도우미’로 돈을 벌고 있는 강모(50·인천 남구)씨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고생의 ‘아빠’ 노릇을 여러 번 해봤다고 했다. 강씨는 “병원에서 의료보험을 확인하다가 걸린 적도 있다”며 “불법이라 마음이 불편했지만 울며 도와달라는 여학생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P업체엔 “함께 병원 가줄 사람을 찾는다”는 식의 상담이 1년에 10여건 들어온다. 불법 낙태를 위해 병원에 함께 갈 ‘가짜 부모’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업체 운영자는 “대부분 거절하지만 도우미들에게 직접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경우까진 우리도 막지 못한다”고 밝혔다.

‘목소리 도우미’도 있다.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진 않는 대신 전화로 상담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전화 한 통 해주는 대가로 1만~3만원을 받는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 중에는 도우미들에게 “우리 아이 잘 좀 부탁 드립니다. 불찰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와 같은 전화 인사말을 연습시키는 곳도 있다.


[송혜진기자 enavel@chosun.com]

[김경은기자 larrisa0204@chosun.com]

요즘 애들의 엽기 ‘생일빵
  생일 맞은 친구를 기둥에 묶어서 축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22일 저녁 8시30분. 중구 성남동 차 없는 거리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풍경이 벌어졌다.

어떤 남학생 2명이 메가박스 시네마 앞 아케이드 기둥에 유리테이프로 꽁꽁 묶여있는 것이었다. 유리테이프에 팔, 다리를 원천봉쇄 당한 남학생들의 그 ‘황당하고도 처참한 모습’은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었다. 차 없는 거리를 가득 메우며 오가던 학생들과 시민들도 그 희한한 광경을 구경하러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그러자 또래 남학생 일당이 갑자기 군중들 사이로 뛰어들어와 묶여 있는 학생들의 뺨을 만지며 놀리고, 유리테이프로 다시 한 번 묶는 등의 돌발행동을 벌였다.

도무지 의중을 알 수 없는 이색 퍼포먼스(?)에 시민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누구 한명 감히 “뭐 하는 짓이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괜히 나섰다가 저들과 같이 묶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서로 눈치만 살피는 듯 했다. 그러나 용기있는 한 아주머니가 “뭐 그리 잘못 한 일이 있길래 이렇게 하니?”라 물었고, 그들 패거리 중 한 명이 능청스럽게 “생일빵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생일빵’이라는 말에 영문도 모른 채 구경하던 시민들은 그때서야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고, 그들을 둘러싸 디카, 폰카로 이색풍경을 담기에 바빴다. 또 혹독한(?) 생일을 치르고 있는 그들이 열일곱번 째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잠시 후 학생 하나가 케잌을 현장에 가져왔고, 곧 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경하던 중·고등학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순발력과 순수함을 과시해, 성남동의 차 없는 거리가 과연 ‘젊음의 거리’임을 실감케 했다. 또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케잌을 생일자들의 얼굴에 잔뜩 발랐고, 당하던 아이들은 ‘울고 웃기를’ 연신 반복했다.

이러한 10대들의 독특한 생일문화에 대해 현장에 있던 어른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한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끝내고 스트레스를 제대로 푸는 것 같다”며 “너무 짓궂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밌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아저씨는 “생일이라고 저희들끼리 숨어서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보다는 저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아무튼 덕분에 모처럼 신나게 웃었다”며 거들었다. 한편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10대 한 명은 “내 친구 생일날에도 저렇게 해야겠다”면서 싱글벙글 거리며 곧 현장을 떠났다.

정필문기자     울산종합신문 
www.u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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