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性에 눈 뜨는 아이들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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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앉아 책을 보거나 함께 손을 잡고 다니는 귀여운 꼬마 커플(?)을 보기는 했지만 세상에 그 나이에 입을 맞추다니. 이 씨 역시 초등 3학년 아들을 둔 터라 아이들에게 야단이라도 쳐야 할지 어째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순영(38·서울 종로구 효자동) 씨는 요즘 고민 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김 씨의 아들이 같은 반 여자 아이에게 수차례 ‘좋아한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자 실망하여 몹시 예민해져 있다는 것.
아들의 애정 문제(?)를 이렇게 일찍 고민하게 될 줄 몰랐던 김 씨는 마음고생을 하는 아들을 그저 안타까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학교 자모회에서 자신의 고민이 남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엄마들도 성에 일찍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것.
“중1 아들이 ‘섹스가 뭐야’라고 물어서 당황하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초등 3년생 아들이 ‘그것도 몰라? 남자하고 여자하고 변태짓하는 거지’ 해서 기절할 지경이었다. ”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목욕할 때 성기에 페트병 뚜껑을 끼우더니 ‘엄마, 이게 콘돔이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앞으로 엄마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막막해졌다. ”
엄마들은 서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결국 요즘 아이들이 사춘기가 빨라졌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소아과 전문의 김정근 박사는 “요즘 아이들은 신체적 발달도 빠르지만 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면서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한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의 성장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며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미디어에 노출되어 정신만 먼저 성숙하는 일종의 ‘어른 흉내’라는 것. 따라서 어른들의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수년간 초등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이순옥(53) 씨는 1학년인데도 이성이 좋다고 표현하는 어린이들을 자주 목격한다.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틈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다 같은 친구란 개념으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관심과 재미의 대상이 자주 달라지는데 어른들이 순간 당황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아이가 자기 행동을 잘못된 걸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어린아이들인데도 ‘피부가 하얗고 눈이 동그란 인형 같은 아이’나 ‘무조건 귀엽게 생긴 얼굴’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듯하다”며 “아이들만 탓할 일이 아니라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온갖 시각 정보가 문제”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이 이성에 대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주위나 부모에게 공개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부모는 당황하는 대신 따뜻한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단,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파악하고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여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은 금물이라고 김 박사는 조언한다. 그는 “아이에게 온 정성을 기울이는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고민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하여 오랜 시간 같이 끌어안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춘기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아이에 대한 사랑도 절제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김경애 사외기자 ellesh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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