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연합뉴스) 정태진 기자

추위에 떠는 할머니를 위해 한복을 훔치던 중학생에게 경찰이 딱한 사정을 듣고 수갑을 채우는 대신 훈방과 함께 겨울이불을 들려 보냈다.

중학교에 다니는 A(13)군은 지난 7일 새벽 1시 30분께 재래시장인 천안시 사직동 중앙시장 한복가게에서 한복 1벌을 훔쳐 나오다 경비원에게 붙잡혀 천안동남경찰서 문성파출소로 넘겨졌다.

당시 근무중이던 이태영 경사와 최영민 순경은 A군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다 부모없이 할머니와 두 남동생과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날 범행도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월 10여만원으로 생활하는 처지여서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에서 기름이 없어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하고 여름 이불 2채를 겹쳐 덮은 채 벌벌 떠는 할머니와 동생들 모습을 보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사 등은 피해자인 한복가게 주인을 찾아가 딱한 사정을 전하고 용서를 빌도록 하자 주인은 오히려 경찰에 선처를 호소하고 이불까지 선물했다.

경찰은 잘못을 크게 뉘우치는 A군에 대해 처벌 대신 훈방조치 하고 할머니 품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A군의 손에는 문성파출소 직원들의 정성으로 가족들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솜이불과 라면, 성금 20만원이 들려졌다.

이태영 경사는 "A군의 집을 가보니 여러달째 난방이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고 방에는 여름 이불 2채가 전부였다"며 "앞으로도 수시로 찾아가 가족을 돕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t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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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교폭력 침묵의 카르텔 깨자 흔들리는 교권


교권침해 9년간 2.5배↑


혼내면 되레 삿대질하고, 어깨 손올리며 성희롱도


"수치심에 피해 덮지말고, 용기있게 해결 노력해야"

 

 

 

 

 

 

 
 
"씨×년, 꺼져."
민호(가명·12·초6)는 안하무인이었다.

 

 

상담실에 와서는 욕설을 내뱉으며 의자를 집어던졌다. 담임인 ㅅ(33·여) 교사는 민호를 통제할 수 없었다. 민호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사과를 했지만, 민호는 잘못을 인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반 친구들이 괜찮겠냐고 물으니 민호는 "교도소 가지 뭐, 하하"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민호는 '일진'이었다. 문제를 일으키자 ㅅ 교사는 차분히 얘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민호는 끝내 ㅅ 교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3일간 근신 조처를 당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민호는 몇 달 후 집안사정으로 전학을 갔다. 지난해 겪었던 일이지만 ㅅ 교사는 "지금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교사들을 향한 학생들의 욕설·반항·폭행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혼을 내는 교사에게 삿대질을 하며 반항하는 학생, 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추행을 하는 학생, 벌을 세워도 춤을 추면서 장난을 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김아무개(28)씨도 "복도에 나가 벌을 세우면 사라져버리고, 반성문을 쓰라고 해도 버티는 일을 종종 겪는다"며 "50대 남자 선생님한테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욕설을 한다"고 말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팀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교원사기 진작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땅에 떨어진 교사들의 처지가 잘 드러난다. 연구팀이 초중고 교사 78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이 교사를 폭행·폭언하는 등 교사 공격사례가 증가한다'는 항목에서 평균 3.43점(5점 만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에선 반대로 2.33점으로 낮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0년도 교직상담 결과'를 보면, 교권침해 사례는 260건으로, 2001년 104건에 비해 9년간 2.5배가 늘었다. 260건 중 학생지도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당행위로 인한 침해 등이 98건(37.7%)으로 가장 많았다.

교사들은 학생 한 명이 돌출된 행동을 할 때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로 번지고 곧 교실 붕괴로 이어진다고 한다. 중학교 교사인 나아무개(36)씨는 "고학년이 되면 친구들 사이에 영향력을 갖는 게 중요해지기 때문에 교사한테 반항하는 행위로 친구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한다"며 "교사가 학생한테 언어폭력 등을 당했을 때 수치심에 덮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용기있게 그런 일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유 경기대 교수(교직학과)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기 전부터 미리 학교폭력에 대처하고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ㅅ 교사는 이번 학기에서 민호와 똑같은 아이를 만났다. 일년 전 경험을 되살려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연구했다. ㅅ 교사는 "당시에는 아이의 행동만 보고 아이를 이기려고 하다보니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학급분위기, 집안사정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해보니 그 아이가 왜 그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 아이는 가정에서 늘 맞고 욕을 들으며 커왔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게 ㅅ 교사의 결론이다. ㅅ 교사는 일단 안 좋은 행동은 눈감고 좋은 행동에는 칭찬을 보냈다.

 

그랬더니 아이도 바뀌기 시작했다. ㅅ교사는 "교사가 변하면 아이들도 변하는구나 하고 느꼈다"며 "선생님들도 학교폭력 대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kmlee@hani.co.kr

 


 

 

 

'쉬쉬'하고 끝나는 폭력자치위
전문가 없이 교사·학부모끼리 처리…결과도 비밀 부쳐



학교폭력 사건 해결에 대해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마저도 비전문가들의 부실한 운영으로 피해학생과 학부모를 두번 울리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자치위에 갈등 조정에 전문성을 지닌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법조인, 의사, 경찰관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이들이 위원회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순갑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무총장은 "여비나 실비 지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품을 들여 참석할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치위는 대개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 담당 교사 등 학교의 교사들과 학부모들로 구성돼 학교의 급식위원회나 징계위원회 등 여느 위원회와 다를 바 없이 운영된다.

 

지난해 자치위에 학부모 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학부모 ㅂ씨는 "학부모들은 처벌이나 법의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교장과 생활지도 담당 교사가 이야기를 주도한다"며 "결국 학교 문제가 소문나서 좋을 것 없으니까 빨리 마무리하자는 분위기가 된다"고 말했다.

 

자치위가 학급교체(0.7%), 출석정지(7.1%), 전학(5.85%) 등의 처분보다 교내봉사(36.9%)와 같은 손쉬운 처분을 내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국회 입법조사처, '2010 자치위 가해 학생 처리 현황')

대다수 교장들이 법률이 정한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을 들어 자치위의 처분 결과를 공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박종효 건국대 교수(교직학과)는 "사건의 처리 결과를 공개하면 학생들이 이를 의식해 학교폭력 발생을 억제하거나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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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욕에 추종심리 원인
차이 인정하는 법 못배워
인성교육 등 대책 세워야


#1.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못 배웠어요."(서울 목운중 3학년 최모 군)

#2. 센 척하지 않으면 우습게 봐요. 애들한테 우월해 보이고 싶어요.(경기 수하중 3학년 임모 군)

#3.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요. 학교 갔다 학원 갔다 매일 공부 공부….

      때리고 나면 스트레스 풀리고 우쭐해져요.(서울 휘문중 2학년 이모 군)

#4. 같이 왕따시키지 않으면 내가 왕따되니깐요.(서울 영림중 3학년 이모 양)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학교 폭력의 당사자인 중학생들이 생각하는 학교폭력 원인은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교폭력 발생 이후 사후대책 부족에서 찾은 반면, 학생들은 차이와 배려에 대한 교육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헤럴드경제 사건팀이 지난 5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 중학교 10곳의 학생 20명을 인터뷰한 결과, 중학생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차이에 대한 교육 부족" "외부에 대한 자기 방어 및 자기 과시욕" "스트레스 해소" "추종심리" 등의 이유를 꼽았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인성교육 부족'을 학교폭력 발생 이유로 꼽았다. 서울 양천구 목운중 3학년인 최모 군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차이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왕따시키고 때리는 것"이라면서 "학교에서도 차이나 차별에 대해 거의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서울 대왕중 3학년 여모 군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나 '나대는'(튀는) 행동 하는 애, 혼잣말하는 조용한 애는 소수자란 생각에 아무렇게나 해도 될 것 같아 때렸다"며 "뭔가 나랑 다르고 평범하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휘문중 2학년인 성모 군도 '특이한 외모, 힘이 약한 학생을 인정치 못하는 획일화된 학생사회'와 '교육의 부재'를 학교폭력의 발생원인으로 지적했다.

학교 폭력은 일종의 자기존재감 확인 및 과시욕의 수단이라는 대답도 많았다. 본인을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밝힌 경기 수하중 3학년 임모 군은 "약한 친구를 때려서라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애들 사이에서 관심 끌고 우월해 보이기 위해 자주 장난을 거는데 이기기 위해 보통 힘없는 애를 건드린다.
 
또 친구의 장난을 그냥 받아들이면 애들이 우습게 보기 때문에 별로 화가 안 나도 치고받고 싸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모 군은 "학교 내 완고한 (싸움)서열은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역시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대왕중 3학년 임모 군은 "그냥 짜증날 때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면서 "내가 최고란 생각이 학교폭력을 초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질감을 중시하는 사춘기의 특성상 학교폭력을 외면하면서라도 다수와 동질감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란 대답도 있었다.
 
서울 영림중 3학년인 이모 양은 "왕따당하는 애를 보면 불쌍하지만 괜히 편들었다간 나도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본 척하거나 같이 왕따를 시키게 된다"면서 "내가 그 무리에서 벗어나는 게 두렵다"고 털어놨다.

공부에 대한 과도한 압박감과 공부에 집중된 생활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했다. 서울 휘문중 2학년 이모 군은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요"라며 "매일 학교 학원만 왔다갔다 한다. 공부 압박감에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풀 시간도 없고 풀 곳도 없으니 약한 애들한테 푸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역시 중학교 3학년인 전모 군은 제대로 놀 것도 없고 스트레스 풀 데도 없으니깐 애들 왕따시키면서 재미를 느낀다"면서 "일종의 집단 놀이문화"라고 전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지 아이들에게 진솔하게 들어봐야 한다"면서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후처리뿐 아니라 평소의 인성교육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 사건팀/hhj6386@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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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문제 행동을 하면서 엄마에게 SOS를 보낸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는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부터 아는 것이 시급하다. 다행인 점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꾸준히 바꿔나가다 보면 아이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사랑하는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자존감 육아법.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Q


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래서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학습지를 시작했어요. 조금 늦게 시작한 것 같아 걱정을 했지만 별문제 없이 잘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보니 문제를 건성건성 풀고 어떤 것은 그냥 읽기만 하고 지나치더라고요. 왜 그랬냐고 물으니 "어려워 보여서"라고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퍼즐이나 운동을 할 때 자신이 없으면 쉽게 포기를 해서 걱정이었는데, 학교를 가서도 계속 이렇게 하면 어쩌죠.

A

아이의 자제력, 끈기, 참을성, 자기 조절 능력은 만 3세부터 형성되어 만 7세쯤되면 어느 정도 기본 틀이 잡혀요. 그래서 유아기 때는 아이가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잘 구분해 주는 것이 중요하며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떨쳐내고 성공하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해요.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다 보니 스스로 실수를 할 틈도 주지 않고 있어요. 밥도 먹여주고, 입혀주고, 닦아주는 등 모든 것을 엄마 손으로 하다 보니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 형성을 방해하게 되죠.

이렇게 포기가 쉬운 아이들이라면 실수나 문제 상황에서 부모가 도와주기보다 아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문제를 어려워하면 엄마가 나서서 같이 풀려고 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쉬운 것부터 진행을 하세요. 스스로 모든 문제를 풀고 나면 "혼자 침착하게 문제를 다 풀다니, 대단한데?"라며 아이를 칭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단계를 올리면 아이가 집중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거예요.



아이와의 대화, 엄마의 공감과 이해가 필수
Q


이제 일곱 살이 된 아이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혼날 상황이 되면 "내가 안 그랬는데"라는 말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놀다가 어질러진 장난감을 엄마가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내가 안 어지럽혔어"라고 말하는 거죠. 하루는 색종이로 바람개비를 만드는데 잘못 자른 것 같아 "이건 왜 이렇게 잘랐어?"라고 물어봤더니 또 "내가 안 그랬는데"라고 하더군요. 왜 아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할까요?

A

엄마가 어떤 말을 꺼내기 전에 아이가 먼저 겁을 먹고 있어요. 아이의 이런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아마 평소 엄마가 아이와 대화할 때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아요. 자존감에 있어 공감과 이해는 필수적이거든요. 아이가 아이다워질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공감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장난감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도 일곱 살 아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아이는 이미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지만 엄마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난 것이거든요.

이때의 거짓말은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니 이럴 때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야단을 치기보다 왜 거짓말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해요. "와! 아주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라고 공감의 모습을 보인 뒤, "그런데 이렇게 어질러놓으면 엄마가 치우기 힘들겠지?"라고 말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예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
Q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랑부터 늘어놔요. 운동회 나갈 계주 선수를 뽑았는데 2등을 했다며 새로 산 운동화만 아니었으면 1등을 했을 거래요. 할머니는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는데 저는 어쩐지 너무 잘한다고만 하며 아이를 키워 걱정이에요. 지난번 영어 테스트에서도 다 안다며 큰소리치더니 결국 테스트에 떨어졌지요. 아이가 자만심에 빠져서 노력하지 않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A

칭찬은 아이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하지만 칭찬을 남발하면 아이는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죠. 또 기대만큼 칭찬을 받지 못하면 금세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칭찬과 무엇이든 잘했다며 응석을 받아주는 것은 다른데 자존감과 자기중심적 행동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죠. 무조건 칭찬을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결과 중심의 칭찬 방식이 더 큰 문제예요.

달리기 결과나 영어 테스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는 그 과정이나 노력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에도 해결책을 찾기보다 자책을 하게 만들죠. 칭찬의 기술은 아이가 노력한 과정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거예요.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노력했다면 칭찬을 해주고, 결과가 좋더라도 과정이 나빴다면 그 일은 훌륭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관성 있게 화를 내라
Q


동생이 생긴 후로 아이가 부쩍 어리광이 심해졌어요. 동생을 따라 젖병에 우유를 먹겠다며 떼를 쓰기에 "누나는 컵에 먹는 거야. 요구르트를 줄게"라며 살살 달래고 타일렀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생각하는 의자에 앉는 벌을 줬어요. 5분후에 보니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앉아 있더라고요. 달래도 듣지도 않고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아요.

A

생각하는 의자는 아이에게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좋은 훈육 도구예요. 하지만 아무 상황에서나 생각하는 의자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또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죠. 우선 이 경우는 떼쓰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반응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누나니까' '형이니까' 하는 식의 대화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처음에는 '요구르트 줄게' 하며 보상을 제안하다 갑자기 화를 내는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도 문제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벌을 주고 난 뒤 아이를 달랠 때는 엄마가 아이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를 꾸짖을 때 화를 내지 않고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욱 중요하거든요. 반성의 시간을 준 뒤에는 반드시 아이를 다독여주세요. 포옹으로 말로든 엄마가 여전히 아이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해요.



착한 것과 자존감 낮은 것은 다르다
Q


집에 있을 때는 활동적인 아이예요. 가족이나 친척들과 있을 때는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재롱둥이죠. 그런데 집 밖에만 나가면 아이가 너무 얌전해져요. 유아 놀이방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 틈에서 미끄럼틀 한 번 못 타고 서성이기만 하죠. 그러나 결국 아이들에게 밀려 또 울고 말아요.

A

이런 경우 엄마들은 아이를 두고 '순하다' '얌전하다' '착하다'라고 착각하는데 하지만 이런 아이는 자존감이 낮은 거예요. 특히 아직 유아기인데도 그렇다면 더욱 부모의 평소 양육법을 점검해 봐야죠. 대게 유아기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자기 것을 빼앗아가는 것을 싫어하고 방해를 받으면 화를 내요.

부당한 상황에서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이가 상황을 포기하기 때문인데, 이 경우 부모는 평소 아이에게 도덕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얌전히 있어야 해" "양보를 해야 착한 아이지" 등 아이가 착해지기를 강요했다면 아이는 늘 행동하기 전 주저하게 되거든요. 아이의 마음을 달래준 뒤, 차례를 지키지 않는 친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제시해 주세요.



일상 속 자존감을 높이는 양육 tip
1 아이의 속상한 마음만 받아들인다


_부모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 표현도 수용해야 한다. 화나고 속상하고 떼를 쓰는 마음 자체를 받아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자존감 발달을 위해서는 먼저 감정에 대해 반응하고 그다음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대안 행동을 제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2 목표를 작게 설정해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할 것

_자존감이 높아지려면 욕심을 줄이고 성공 경험을 늘려주어야 한다. 너무 허황되고 큰 목표가 아닌 세부적인 목표를 세우게 하고 이것을 하나씩 성공해가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향상될 수 있다. 아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목표를 이루어나갈 수 있게 된다.

3 자존감을 건강하게 하는 아이의 장점 찾기

_아이에게는 일반 지능 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다양한 능력들이 숨어 있다. 아이가 잘하는 부분,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부분을 격려하고 개발시켜 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부모의 시선을 통해 아이는 장점을 찾아가면서 자존감이 더욱 건강하게 발달한다.

4 살아 있는 교과서가 돼라

_타인의 감정을 잘 인식하려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신을 살아 있는 교과서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아이 앞에서 짧고 적절한 말로 표현할 것. 아이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부부간에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_지희진, 박해나 일러스트_박현주

여성중앙 2011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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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뛰노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아이들. 날 더운 여름, 매일같이 나가서 놀자고 할 때마다 엄마는 곤욕스럽다. 분명 충분히 논 거 같은데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낮이나 밤이나 더 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기 일쑤다.

자꾸만 밖으로 나가자는 아이, 도대체 왜 그럴까?



만 2세 미만은 새로운 탐색이 목적

돌이 지나고 대개 1~2개월 이내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걷기 시작한다. 한두 발자국 띄기를 시작으로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사방을 휘젓고 다닌다. 아이가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이유는 심리적 욕구 때문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세상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밖으로 나가면 탐색의 범위가 넓어지고 집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


만 2~3세는 신체 근육과 운동 능력이 더욱 발달하는 시기로 넘치는 에너지를 고루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집 밖은 공간이 넓고 공기 또한 신선해 신체 활동의 최적 장소가 된다.
걷기, 뛰기, 돌아다니기, 구르기, 올라가기, 내려가기 등의 다양한 신체 활동을 즐길 수 있으므로 아이는 실내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만 3세 이후는 또래 친구나 언니, 오빠, 부모보다는 어른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형성하기 시작하는 연령으로 친교 욕구도 생긴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집밖으로 나가야 하고, 새로운 사람 또는 이미 아는 사람들과 만나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놀고 어울리려는 목적도 강하다.

또한 새로운 사물 또는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점차 커지면서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깨닫기 위한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밖에 나가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돈을 내고 특정한 장소를 들어가며, 마트의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구입하는 과정 등 밖에서의 모든 활동이 아이에게는 호기심과 학습의 대상이 된다.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할 수 있게 한다

밖으로 나가기 좋아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활동적인 성격을 보이며, 이는 타고 난 기질적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아이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에너지가 충분히 발산될 수 있도록 뛰노는 기회를 자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줄 것. 이 시간이 너무 짧아서는 안 되고 최소 1~2시간은 허용해주는 것이 좋다.

5세 이상의 아이라면 집밖에서 단순히 뛰어노는 활동 대신에 태권도, 자전거 타기, 수영 등과 같은 운동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대체적인 활동을 마련해주는 것도 아이디어. 여기에는 엄마의 연구가 필요하다.

아이를 잘 관찰하면서 아이가 흥미로워할만한 놀거리를 제공한다. 엄마와 함께 하는 미술 놀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퍼즐 맞추기 등에 재미를 느낀다면 아이는 더 이상 집 밖에서의 놀이만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 아이가 자꾸 고집을 피울 때는?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는다. 왜 나가고 싶은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상황을 설명한다.

만약 아이가 지속적으로 떼를 부리고 운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관심이 다른 곳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킬 것.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고 묵살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받아주기만 하면 책임감이 약하고 나약한 아이가 될 수 있으므로 실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할 때는 때로는 강하게 거절하는 부모의 지혜도 필요하다.

 

 

기획: 김은혜 기자 | 사진: 추경미 | 모델: 김나원(30개월) | 도움말: 손석한(연세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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