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촬영 위해 문경새재 사적지에 '대못질'


모 방송사, "사극 촬영" 핑계로 문경새재 관문 30여곳 훼손 '충격'…문화재청에 고발키로

공영방송인 모 방송사가 사극 촬영을 핑계로 국가사적 제147호로 지정된 문경새재 관문 30여곳에 대못 등을 박아 충격을 주고 있다.

문경새재 제1관문(주흘관)과 제2관문(조령관)의 성벽과 기둥을 비롯해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주흘관, 조령관이라 적힌 현판 등에는 최근 이 방송사가 사극 촬영을 위해 박은 30여 개의 대못과 철사 등이 뽑히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특히 제1관문은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성벽과 기둥 곳곳에 무수한 대못질로 훼손된 채 방치돼 있고, 육안으로만 확인됐을 뿐 인근의 늘어진 성벽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대못이 박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못질을 하게 된 배경은 이 방송사가 대하사극의 전투장면을 촬영하면서 각종 깃발이나 무기 등 촬영 소품을 고정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고, 관리사무소측이 사전에 훼손방지에 주의를 당부했으나 방송사측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방송사, 문경새재 관문 30여곳 훼손 '충격'

이로인해 관문의 현판과 성루를 바치고 있는 통나무 기둥은 대못질로 누더기가 돼 있으며 성벽과 나무문에는 군데군데 못자국으로 구멍이 뚫려있고, 일부 성벽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문경새재관리사무소와 문경시는 "관문 위에 올라가 촬영을 하더라도 기둥이나 성벽, 현판 등을 훼손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주흘관과 조령관 현판, 성루를 바치고 있는 통나무 등에 못질을 한 흔적이 발견된 만큼 이 방송사를 국가사적지 훼손혐의로 문화재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방송사는 사극드라마의 촬영 편의만 생각, 국가적으로 귀중한 자산인 문화재에 못질까지 하며 훼손시킨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함은 물론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또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문경시와 문경새재관리사무소측 역시 국가의 보물을 허술하게 관리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주민 정모(40·문경시 문경읍 상초리)씨는 "국가사적지이자 문경의 보물인 관문 곳곳에 대못질을 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해당 방송사는 물론 문경시와 관리사무소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경시는 지난 2000년 전국 최초로 문화재 보호구역인 문경새재도립공원 내에 모 방송사의 고려사를 다루는 사극촬영장을 유치했고, 이 사극은 장장 2년여간 촬영·방영돼 현재까지도 후속 사극드라마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안에 드라마 촬영장이 있는 곳은 문경시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한편 문화재 보호법 등에 따르면 국가사적지를 훼손할 경우 징역 3년 이상, 벌금 1억5천 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돼 있다.

▲ 국가사적 제147호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었다고 해 붙여진 문경새재는 조선시대의 영남 관문.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면적도 4만7천283㎡에 이른다. 1966년 3월22일 국가사적 제147호로 지정됐으며 제1·제2·제3관문 및 부속성벽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들 관문은 양쪽 산의 골짜기에 위치하며 관문 좌우의 성벽은 능선을 따라 우회한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 중국의 산해관(山海關)과 같은 방위시설을 축조해야 한다는 논의를 낳아 현지 실측(實測)이 시행됐고, 1594년(선조 27) 영의정 유성룡(柳成龍)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지금까지 보존돼오고 있다.

경북매일신문 고도현 기자 dhgo@kbmaeil.com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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