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사립대에 재학 중인 ㄱ씨는 2009년 9월 서울 강남에 사는 고3 수험생을 만났다. 이 학생은 ㄱ씨가 다니는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었다. ㄱ씨는 1시간30분 동안 학생을 인터뷰했다. 이날 ㄱ씨는 택시비로 10만원과 상품권을 받았다. ㄱ씨는 지인을 통해 학부모를 소개받았다. 처음에는 논술 과외인 줄 알았는데, 학부모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주요 자료인 자기소개서 대필을 요구했다. 학부모는 "학원에서 대필하면 바로 티가 난다더라. 최대한 우리 아이 말로 써달라" 하고 요구했다. ㄱ씨가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합격한 걸 알고 학부모가 은밀한 제안을 한 것이다. ㄱ씨는 수험생을 인터뷰한 내용과 이 수험생이 쓴 글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었다. 모두 석 장이었다. 대필을 해준 뒤 50만원을 받았다.
입학사정관제 '불법' 과외 비용 850만원
이 수험생은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한 달 뒤 면접이 있었다. ㄱ씨는 면접 과외도 맡았다. 한 달 동안 20회 가까이, 한 번에 2시간씩 과외를 했다. 면접 과외비로만 400만원을 받았다. 학부모는 면접 당일 수험생과 동행해줄 것을 부탁하며 100만원을 건넸다. 이 수험생은 결국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A대학에 합격했다. 합격 뒤 학부모는 보너스라며 ㄱ씨에게 3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니까 ㄱ씨가 이 수험생을 합격시키는 대가로 한 달여 동안 받은 총액은 850만원에 이르렀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입학사정관 전형에 구멍이 뚫렸다. 입학사정관제는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입학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이다. 시행 첫해 10개 대학이 도입했고, 2011년도 전형에서는 118개 대학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도입 초기부터 서류와 면접으로만 치러지는 입학사정관제 전형 과정에서 대필 등 부정행위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해 9월 대필이 합격 여부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경찰청에 학원가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반짝 단속은 효과를 보는 듯했다. 그렇지만 < 시사IN > 취재 결과 수험생과 재학생으로 연결된 신종 대필 네트워크에 대학과 정부 당국은 속수무책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싼 등록금을 한 번에 벌려는 재학생과, 수험생을 대학에 합격시키려는 학부모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신종 대필 네트워크가 대학가에 퍼지고 있었다.
서울 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ㄴ씨는 2005년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ㄴ씨는 그동안 수험생 20여 명의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었다. ㄴ씨는 "학원은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대필이 적발될 수 있지만, 1대1로 대필하면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ㄴ씨는 2011년도 입시 때 서울 소재 주요 대학 5곳에 지원한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모두 대필해주었다. 이 수험생은 5곳 모두 합격했고 결국 B대학에 등록했다. ㄴ씨는 "대학생이 과외를 하는 건 합법이다. 입학사정관제하에서 대필 과외가 있을 것이라는 건 예상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합법적 과외와 입시 부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대필 등 입시 부정을 저지르다 적발되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ㄱ씨가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줌으로써 합격시킨 A대학은 2009년 입시에서 전임사정관 15명, 교수 등 위촉사정관 81명 등 모두 96명이 전형을 맡았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총 9억8000만원을 받았다. 전형은 3단계로 이루어졌다. 모집 요강별로 차이는 있지만 1단계는 서류 예비평가, 2단계는 서류 본평가, 3단계는 면접이었다. 1단계 서류 예비평가는 전임사정관이, 2단계 서류 본평가와 3단계 면접은 주로 교내 교수로 구성된 위촉사정관이 맡았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2인 1조가 되어 서류 예비심사를 맡았고, 2·3단계 전형에서는 2인 1조, 또는 3인 1조로 평가했다. 2009년 치러진 전형에서 4664명이 지원해 전임사정관 15명이 평균 310명에 이르는 수험생의 서류를 보았다. 서류는 주로 학생부·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라 불리는 각종 증명 서류이다.
A대 입학사정관 관계자는 "전임사정관이 많은 서류를 보다보면 현란한 미사여구를 바탕으로 학원에서 써준 자기소개서는 걸러낼 수 있다. 대필 여부가 미심쩍으면 체크해서 2단계 교수 등 위촉사정관에게 넘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ㄱ씨가 대필한 수험생은 1~3단계를 모두 문제없이 통과했다. 재학생-수험생으로 연결된 대필 사례에 대해 A대 관계자는 "사실상 그런 경우는 가려내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고등학교에서도 교사가 첨삭은 한다고 보고 심사를 한다. 학생부와 면접 등으로 종합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ㄴ씨가 자기소개서를 대필해 합격시킨 B대학의 경우는 2010학년도 전형에서 전임사정관 8명이 3338명, 1인당 평균 417명가량 서류 예비심사를 맡았다. 이 대학 위촉사정관은 83명이었다. B대는 2인 1조로 구성된 전임사정관이 서류 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위촉사정관 역시 2인 1조로 서류 평가를 다시 한다. B대학 입학사정관 관계자는 "표절을 가려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고 고등학교로 현장 실사를 나가기 때문에 대필 여부는 거의 다 확인된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재학생-수험생으로 연결된 대필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해당 학생을 알려주면 확인해주겠다. 다만 그런 경우는 우리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입학사정관 전도사'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011년도 전형을 앞두고 "고액 컨설팅을 받아 꾸민 자기소개서는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밀하게 '진화'하는 신종 수법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현장에서는 이런 엄포가 빈말로 그치고 있었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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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불법' 과외 비용 850만원
이 수험생은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한 달 뒤 면접이 있었다. ㄱ씨는 면접 과외도 맡았다. 한 달 동안 20회 가까이, 한 번에 2시간씩 과외를 했다. 면접 과외비로만 400만원을 받았다. 학부모는 면접 당일 수험생과 동행해줄 것을 부탁하며 100만원을 건넸다. 이 수험생은 결국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A대학에 합격했다. 합격 뒤 학부모는 보너스라며 ㄱ씨에게 3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니까 ㄱ씨가 이 수험생을 합격시키는 대가로 한 달여 동안 받은 총액은 850만원에 이르렀다.
ⓒ뉴시스 한 입시 학원이 지난해 3월 주최한 '입시전략 설명회' 광경. |
서울 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ㄴ씨는 2005년 수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ㄴ씨는 그동안 수험생 20여 명의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주었다. ㄴ씨는 "학원은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대필이 적발될 수 있지만, 1대1로 대필하면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ㄴ씨는 2011년도 입시 때 서울 소재 주요 대학 5곳에 지원한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모두 대필해주었다. 이 수험생은 5곳 모두 합격했고 결국 B대학에 등록했다. ㄴ씨는 "대학생이 과외를 하는 건 합법이다. 입학사정관제하에서 대필 과외가 있을 것이라는 건 예상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합법적 과외와 입시 부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대필 등 입시 부정을 저지르다 적발되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ㄱ씨가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줌으로써 합격시킨 A대학은 2009년 입시에서 전임사정관 15명, 교수 등 위촉사정관 81명 등 모두 96명이 전형을 맡았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총 9억8000만원을 받았다. 전형은 3단계로 이루어졌다. 모집 요강별로 차이는 있지만 1단계는 서류 예비평가, 2단계는 서류 본평가, 3단계는 면접이었다. 1단계 서류 예비평가는 전임사정관이, 2단계 서류 본평가와 3단계 면접은 주로 교내 교수로 구성된 위촉사정관이 맡았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2인 1조가 되어 서류 예비심사를 맡았고, 2·3단계 전형에서는 2인 1조, 또는 3인 1조로 평가했다. 2009년 치러진 전형에서 4664명이 지원해 전임사정관 15명이 평균 310명에 이르는 수험생의 서류를 보았다. 서류는 주로 학생부·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라 불리는 각종 증명 서류이다.
지난해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 등이 고등학생들에게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 |
ㄴ씨가 자기소개서를 대필해 합격시킨 B대학의 경우는 2010학년도 전형에서 전임사정관 8명이 3338명, 1인당 평균 417명가량 서류 예비심사를 맡았다. 이 대학 위촉사정관은 83명이었다. B대는 2인 1조로 구성된 전임사정관이 서류 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위촉사정관 역시 2인 1조로 서류 평가를 다시 한다. B대학 입학사정관 관계자는 "표절을 가려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고 고등학교로 현장 실사를 나가기 때문에 대필 여부는 거의 다 확인된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재학생-수험생으로 연결된 대필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해당 학생을 알려주면 확인해주겠다. 다만 그런 경우는 우리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입학사정관 전도사'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011년도 전형을 앞두고 "고액 컨설팅을 받아 꾸민 자기소개서는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밀하게 '진화'하는 신종 수법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현장에서는 이런 엄포가 빈말로 그치고 있었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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