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수많은 눈과 귀가 지금 신경숙과 그의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미국판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의 미국 서점가 공식 출시가 있던 4월5일을 전후한 한 주간, 여러 공중파 방송사와 주요 언론 매체, 심지어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로부터 전화가 밤낮없이 걸려왔다. 특정 기간 한 가지 이슈로 그토록 많은 전화를 받아보기는 출판저작권 에이전트를 하면서 처음 겪었다. 그런데 추이를 보니, 이 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듯싶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 높여
미국판 <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 (크노프 사 펴냄)의 베스트셀러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성급한 예상일 수 있으나, 2주 전 판매 집계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반영되어 발표되는 것을 감안하면 4월17일자 < 뉴욕 타임스 > 베스트셀러 목록에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가 한국 문학사상 최초로 오를 전망이다. 한국 시간으로 4월8일 오전 8시 현재 < 엄마를 부탁해 > 는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 종합 순위 31위, 문학 분야 17위에 올랐다. 일반 책의 경우 종합 순위 10만 등 이내에 오르기도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 소설의 30위권 진입은 그야말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 종합 순위는 온갖 분야 책들을 망라한 가운데 그중 가장 잘 팔리는 순서로 집계한다.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책이 넘쳐나는 온라인 서점 시장에서 30위권이라면, 그간에는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나 드나드는 특권적인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인식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는 현지 출판 관계자나 평론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이 책이 어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라 할 수 있다.
물론 아마존닷컴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고 자동으로 < 뉴욕 타임스 >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뉴욕 타임스 > 는 하드커버(양장본)와 페이퍼백으로 판형을 나눈 다음, 거기에서 또 각 판형을 기준으로 소설과 비소설로 분야를 나눠 각각의 시장에서 판매된 부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베스트셀러를 선정해 발표한다. 온라인·오프라인 대형 서점 외에 미국 전역의 독립 서점·대형 마트·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된 현황이 모두 집계 데이터로 쓰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이나 반응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얘기를 한참 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베스트셀러 순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이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해외 문학이 번역 출판되는 비율은 고작 1% 안팎이다. 할레드 호세이니, 파울루 코엘류 등 미국 현지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외국 작가 또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신경숙 소설의 선전과 그것이 일궈내고 있는 초기 결실은 '한국 문학 세계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류 보편성 지닌 덕에 성공
또한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본보기라고도 할 만하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스'가 보편화되어가는 오늘날 < 엄마를 부탁해 > 가 세계무대에서 또 다른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만한 좋은 기회를 확보해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크노프 사에 < 엄마를 부탁해 > 영문 번역 판권이 팔린 것은 2009년 9월이다. 이 책을 선택한 편집자 로빈 데서 씨는 그때부터 이미 이 소설이 지닌 문학적 가치와 대중적 어필 코드를 확실하게 감지한 듯하다. 2010년 2월 뉴욕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일정 간격으로 들어오는 영문 번역 원고를 받아 읽으면서 내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 엄마를 부탁해 > 를 '잘 쓰인 훌륭한 걸작'이라고 말했다.
나와 함께 < 엄마를 부탁해 > 판권을 미국을 포함한 세계 24개 나라에 진출시킨 바버라 지트워 씨도 같은 얘기를 종종 한다. 이 소설을 각 언어권에 적극 소개한 현지의 또 다른 에이전트들, 그리고 이 소설을 선택한 각국 출판사 편집자들 또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공통적으로 같은 말을 한다. 이는 바로 이 소설이 인류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인류 보편적 소재를 기반으로 삼되, 다른 것들과 차별화되는 그 콘텐츠만의 분명한 개성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신경숙씨의 에이전트인 나와 바버라 지트워 씨는 2009년 말부터 < 엄마를 부탁해 > 후속으로 어떤 작품을 세계 출판시장에 내놓을 것인지를 놓고 진지하게 논의해왔다. 신경숙씨는 다른 작가에 비해 국내에서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검증된 장편소설이 많다. 그렇지만 첫 해외 데뷔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가 획득한 입지나 위상을 유지하거나 더욱 높여가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내려진 결론이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였다. 그 뒤 나는 곧바로 100쪽 분량의 맛보기용 영문 번역 원고를 준비하고, 이를 해외 출판시장에 적극 소개하며 판권 세일즈에 본격 돌입했다. 2010년 중국에 이 소설의 판권이 팔린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영국과 폴란드 등에도 판권이 나가는 등 < 엄마를 부탁해 > 를 이을 또 다른 소설 작품의 판권 세일즈는 이미 힘찬 출발을 시작했다. 이런 쉼 없는 노력 속에서 세계 문단과 출판시장에서의 신경숙 문학의 브랜드 가치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지리라 믿는다.
신경숙씨는 미국판 출시일인 4월5일 뉴욕에서 가진 기념 리셉션 식장에서 자신의 소설이 '첫눈' 같은 구실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눈은 겨울의 출발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겨울 내내 내리는 눈의 가장 아래층에 쌓여 가장 늦게까지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경숙 소설이 해외 출판시장에서 이런 구실을 해주기를 소망한다.
이구용 (케이엘 매니지먼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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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 높여
미국판 <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 (크노프 사 펴냄)의 베스트셀러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성급한 예상일 수 있으나, 2주 전 판매 집계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반영되어 발표되는 것을 감안하면 4월17일자 < 뉴욕 타임스 > 베스트셀러 목록에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가 한국 문학사상 최초로 오를 전망이다. 한국 시간으로 4월8일 오전 8시 현재 < 엄마를 부탁해 > 는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 종합 순위 31위, 문학 분야 17위에 올랐다. 일반 책의 경우 종합 순위 10만 등 이내에 오르기도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 소설의 30위권 진입은 그야말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신경숙씨가 4월 초 뉴욕 맨해튼 한국 총영사관에서 < 엄마를 부탁해 > 미국판 사인회를 가졌다. |
물론 아마존닷컴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고 자동으로 < 뉴욕 타임스 >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뉴욕 타임스 > 는 하드커버(양장본)와 페이퍼백으로 판형을 나눈 다음, 거기에서 또 각 판형을 기준으로 소설과 비소설로 분야를 나눠 각각의 시장에서 판매된 부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베스트셀러를 선정해 발표한다. 온라인·오프라인 대형 서점 외에 미국 전역의 독립 서점·대형 마트·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된 현황이 모두 집계 데이터로 쓰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이나 반응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얘기를 한참 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베스트셀러 순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이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해외 문학이 번역 출판되는 비율은 고작 1% 안팎이다. 할레드 호세이니, 파울루 코엘류 등 미국 현지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외국 작가 또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신경숙 소설의 선전과 그것이 일궈내고 있는 초기 결실은 '한국 문학 세계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엄마를 부탁해 > 미국판. |
또한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본보기라고도 할 만하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스'가 보편화되어가는 오늘날 < 엄마를 부탁해 > 가 세계무대에서 또 다른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만한 좋은 기회를 확보해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크노프 사에 < 엄마를 부탁해 > 영문 번역 판권이 팔린 것은 2009년 9월이다. 이 책을 선택한 편집자 로빈 데서 씨는 그때부터 이미 이 소설이 지닌 문학적 가치와 대중적 어필 코드를 확실하게 감지한 듯하다. 2010년 2월 뉴욕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일정 간격으로 들어오는 영문 번역 원고를 받아 읽으면서 내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 엄마를 부탁해 > 를 '잘 쓰인 훌륭한 걸작'이라고 말했다.
나와 함께 < 엄마를 부탁해 > 판권을 미국을 포함한 세계 24개 나라에 진출시킨 바버라 지트워 씨도 같은 얘기를 종종 한다. 이 소설을 각 언어권에 적극 소개한 현지의 또 다른 에이전트들, 그리고 이 소설을 선택한 각국 출판사 편집자들 또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공통적으로 같은 말을 한다. 이는 바로 이 소설이 인류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인류 보편적 소재를 기반으로 삼되, 다른 것들과 차별화되는 그 콘텐츠만의 분명한 개성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신경숙씨의 에이전트인 나와 바버라 지트워 씨는 2009년 말부터 < 엄마를 부탁해 > 후속으로 어떤 작품을 세계 출판시장에 내놓을 것인지를 놓고 진지하게 논의해왔다. 신경숙씨는 다른 작가에 비해 국내에서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검증된 장편소설이 많다. 그렇지만 첫 해외 데뷔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가 획득한 입지나 위상을 유지하거나 더욱 높여가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내려진 결론이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였다. 그 뒤 나는 곧바로 100쪽 분량의 맛보기용 영문 번역 원고를 준비하고, 이를 해외 출판시장에 적극 소개하며 판권 세일즈에 본격 돌입했다. 2010년 중국에 이 소설의 판권이 팔린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영국과 폴란드 등에도 판권이 나가는 등 < 엄마를 부탁해 > 를 이을 또 다른 소설 작품의 판권 세일즈는 이미 힘찬 출발을 시작했다. 이런 쉼 없는 노력 속에서 세계 문단과 출판시장에서의 신경숙 문학의 브랜드 가치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지리라 믿는다.
< 엄마를 부탁해 > 를 미국에 소개한 출판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씨(왼쪽)와 신경숙씨. |
이구용 (케이엘 매니지먼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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