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줄리엣의 비극…미성숙한 전두엽 때문

우리아이 왜 이럴까?

1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꼭 해봤을 질문이 있다. “얘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헬멧도 안 쓰고 오토바이 폭주를 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코에 피어싱을 하기도 한다.

 

이유를 물어도 “그냥” “몰라요” “네” “아니오” 등 단답형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부모는 궁금해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지만, 아이 속을 알 길이 없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 의문을 “아이의 뇌 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란 과학적인 질문으로 바꾸고, 그 답을 통해 아이를 이해해보자.

 

사춘기의 뇌는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뇌세포가 호르몬에 반응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그 결과 사춘기의 뇌는 성적(性的), 공격적 욕구와 다양한 충동이 급증해서 분출 직전의 화산처럼 된다.

 

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결과를 추론하고 참을성을 관장하는 대뇌의 전두엽은 무척 느리게 성숙한다. 젊을 때는 후회할 일을 많이 저지르지만, 나이가 들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춘기는 갑자기 온갖 열정이 넘쳐나지만, 이를 다스릴 이성의 힘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엄청난 힘과 스피드를 자랑하는 자동차의 운전대를 초보 운전자가 잡은 모양새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인공이 비극적 사랑을 시작해 죽음으로 마무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나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는 열 세 살이었다. 10대들의 뇌의 충동성이나 열정은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뇌의 전두엽이 관장하는 참을성과 논리적인 사고력은 한참 나중에 발전한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연구 결과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세익스피어는 이미 400년 전에 이를 꿰뚫어보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으니, 정말 천재였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열정(자동차의 힘)을 빼앗을 수는 없다. 그것은 잘 사용하면 매우 유용한 생명 에너지다. 그렇다고 매번 부모가 자동차를 대신 운전해줄 수도 없다. 그러면 아이는 운전하는 법을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큰 사고 없이 경험을 통해 배우도록 하면서, 전두엽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키가 자라듯 아이들의 전두엽도 생각과 인내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하루 잘 먹였다고 다음 날 몰라보게 키가 자라지 않듯이, 하루 야단쳤다고 내일부터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

잘 먹이고, 꾸준하게 운동시키면 조금씩 키가 자라듯, 아이도 부모의 관심과 대화 속에서 조금씩 생각과 인내의 힘을 키워 나간다.

 


/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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