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가 생명을 위협한다
지난 한해 한국은 GMO를 둘러싸고 어느 해보다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GMO 논쟁에서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은 GMO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GMO를 문제 삼는 사람들을 미신에 휩쓸린 무지한 사람취급을 한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들이 인용하는 GMO와 관련된 논문들의 상당수는 관련 기업들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때문에 발표된 논문의 양으로 GMO의 안전성을 판단하려는 태도야말로 매우 비전문가적이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인류의 건강을 팔아넘기는 매우 비도덕적인 태도에 불과하다. 이에 필자는 몇 차례에 걸쳐 GMO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믿을 수 없는 GMO 관련 논문들
지난해 12월 15일 공공과학도서관 저널(PLOS onE)에 유전자조작 옥수수관련(Bt Corn) 논문 672편 중 40%가 과련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1] 또한 연구진은 이런 연관이 있는 논문들이 그렇지 않은 논문들에 비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는 경우가 50%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인류의 식량과 관련 있는 유전자 조작 작물에 대한 연구들이 기업들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연구 자체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20년간 상용화되어 관련기업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줬음에도 불구하게 GMO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 상당수가 기업에 의해 진행됐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GMO 작물에 대한 연구가 많아질수록 GMO가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양심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드물지만 발표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연구들은 바로 이런 연구들이다.
| 종양을 일으키는 GMO
GMO의 건강영향과 관련하여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연구는 단연 프랑스 연구자 세랄리니(Séralini)의 연구다. 통상적으로 GMO 작물의 건강영향을 평가할 때는 실험쥐에게 GMO 작물을 3개월가량 먹여 특별한 건강문제가 없는지를 살피는데, 세랄리니는 실험쥐에게 GMO 작물을 24개월간 먹이면서 건강문제가 발생하는지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 암컷과 수컷 각각 100마리씩의 쥐에게 유전자조작 옥수수(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옥수수)를 다양한 양으로 먹이고, 라운드업 제초제를 함께 먹이기도 하고, 먹이지 않기도 하고, 라운드업 제초제만을 식수에 첨가해 먹이는 등 다양한 경우의 독성을 방대하게 평가했다.
(식수에 첨가한 라운드업 제초제의 양은 GMO와 라운드업을 사용해 농사를 짓는 국가들의 식수에 오염된 수준으로 결코 과하게 많은 양이 아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무농약으로 재배한 GMO옥수수를 먹는 것만으로도 수컷에서는 간과 담도에 종양이 2.3배 더 많이 발생했고, 암컷에서는 유방과 뇌하수체에 종양이 1.7배 더 많이 발생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GMO만으로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실험쥐에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종양이 발생하는 경우 연구진은 어쩔 수 없이 윤리적 이유로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GMO 옥수수를 먹은 경우에 주로 발생했다.
A 유전자조작 옥수수만 먹인쥐, B 식수에 라운드업만 섞어 먹인 쥐, C 라운드업을 뿌려 키운 GMO옥수수를 먹인 쥐
출처: [2] Environ Sci Eur. 2014;26(1):14
| 장기적 건강영향 연구의 부재
이런 충격적인 건강영향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왜 많은 연구자들은 GMO는 안전하다고 주장할까? 그 이유는 통상적인 GMO 독성 실험은 실험쥐를 3개월밖에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험쥐의 3개월은 인간에 있어서 7~8년 정도에 해당하고, 24개월은 60년에 정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발표된 GMO 독성실험은 애초부터 만성적인 건강영향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적반하장식으로 업계와 관련 있는 전문가들은 세랄리니가 수행한 연구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연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2년 세랄리니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학술지인 ‘식품 및 화학물질 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은 GMO 옥수수와 GMO작물에 사용하는 제초제인 라운드업을 생산하는 몬산토와 관련된 연구자들의 압력에 의해 세랄리니의 연구결과의 게재를 취소했다. 하지만 역학과 독성학을 전공한 필자는 세랄리니의 연구에서 어떠한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세랄리니의 연구결과가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다. ‘환경과학 유럽(Environmental Science Europe)’이라는 학술지는 세랄리니의 연구결과를 2014년 다시 게재해 GMO의 건강영향에 대한 과학적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세랄리니의 연구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은 세랄리니보다 더 많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2년 이상의 장기연구를 진행해 GMO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면 될 일인데, 그런 실험은 진행하지 않고 방법론만 문제 삼는 것은 GMO의 안전성이 그만큼 위태롭다는 반증이나 다름없다.
| GMO 감자의 건강영향
사실 GMO작물의 위험성은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996년 제초제 내성 GMO 콩이 재배되기 시작한, 이후 GMO 작물의 장기적인 건강영향을 평가할 표준방법론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1998년 영국에 진행됐다. 하지만 이 연구과제를 수행한 연구진은 애초의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GMO 감자를 먹은 쥐들은 10일 만에 뇌, 간, 정소가 작아졌고, 췌장과 소장은 커졌다. 간은 부분적으로 위축되었고, 백혈구의 면역반응은 느려졌다.
모든 사례에서 GMO 감자는 위와 소장, 대장의 증식성 세포 성장이 초래됐는데, 이런 성장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영국 로웨트 연구소의 푸스타이(Pusztai) 박사는 연구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하지만 영국 애버딘 대학교의 이웬(Ewen) 교수는 푸스타이가 시행한 실험을 반복해 동일한 결과를 유명 학술지 란셋에 1999년 발표했다.[3]
한편, GMO 옹호론자들은 애초에 푸스타이가 실험한 GMO 감자에 삽입된 유전자에 의해 생산되는 단백질 자체가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상 감자에 해당 단백질을 첨가해 먹은 쥐에서는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단백질 자체가 아니라 그 단백질을 합성하게 만드는 유전자 조작 과정에 의해 독성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푸스타이 박사의 연구는 GMO 기술 자체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험이었다. 이런 실험결과가 이미 1998년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자들과 기업은 이를 간단하게 무시할 정도로 인류의 건강보다는 이윤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GMO 감자를 먹인 쥐의 소장과 위의 점막만 심하게 증식되어 있다.
<출처: http://www.bibliotecapleyades.net/ciencia/ciencia_geneticfood36.htm>
| GMO 기술의 불안전성
사실 어떤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원하는 특성을 발현시키는 것은 생물학의 기초적인 지식만 있더라도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간유전체연구(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 인류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졌지만, 이 프로젝트는 염기서열 정보만으로는 생명현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유전자조작 연구가 있었지만,
결국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제초제내성과 해충내성 유전자 조작 작물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유전자조작 작물의 불안정성을 짐작할 수 있다. 유전자는 주변 환경과 주변 유전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현이 조절된다. 실험실에선 잘 발현되다가도 실험실과 환경이 다른 들판에서는 발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실험실을 벗어난 유전자 조작기술은 매우 불안정하고, 그 영향 또한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날 정도로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의 양심적인 건강 및 의료 전문가들은 GMO작물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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