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하게 쌓인 귀지. 파지 않는 게 좋다지만, 답답하고 지저분해 보이니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무작정 귀이개를 집어들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상황별 귀지 청소법.
자주 팔수록 더 많아진다!
귀지를 자주 제거하면 할수록 귀의 생체 메커니즘이 활성화되어 더욱 많은 양의 귀지가 생성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너무 자주 혹은 매일 귀지를 팠다면, 그 빈도를 서서히 줄여나가도록 해야 한다.
더러워 보인다고 홀대하지 말라. 귀지는 좋은 것이다. 단백질 분해효소, 라이소자임, 면역글로불린 등 이름만 들어도 좋을 것 같은 요소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고막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귓속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한 조사 결과 설문자의 70%가 이러한 긍정적 기능을 알면서도 기필코 귀를 팔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관상 지저분해 보일 수 있고, 왠지 모를 이물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다면 팔 때 파더라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귀지로 인한 가벼운 이물감부터 난청에 이르는 증상까지, 상황별 귀지 제거 방법을 알아보자.
Case 1 "그냥 답답해요"
귀지를 제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딘가 모를 이물감이다. 의학적으로나 미관상으로나 귀지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기분 상' 찝찝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귀지가 많은 상태가 아니어서 외이도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직접적인 마찰로 인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제거하라면봉에 자극이 없는 베이비오일을 발라 귓속에 넣어 귀지가 묻어나도록 한다. 귓속 피부에 직접적인 마찰 없이 소량의 귀지를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 면봉 끝만 살짝 넣도록 한다. 또한 시중에 오일 면봉이나 이와 비슷한 점착식 면봉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Case 2 "물이 들어갔어요"
샤워 후 면봉을 집어드는 건 일상적인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물이 빠진다고 하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기가 쉽지 않고, 구석구석 물과 귀지를 닦아주지 않으면 습기 때문에 곰팡이라도 필 것 같은 기분이다. 또한 귀지가 많은 상태에서 물이 들어가면 귀지가 팽창하면서 외이도가 막혀 난청이 발생할 수도 있고 세균성 염증이 수반될 수도 있다. 이렇게 제거하라귀가 바닥을 향하도록 머리를 기울이고, 면봉 끝을 외이도 바깥부분에 가져다대면 보다 빠른 속도로 귓속의 물과 물에 묻어난 귀지를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귓속에 물이 들어가면 피부가 약해지기 쉬워 귓속에 면봉을 넣지 않아야 하며, 외이 바깥 부분과 귓바퀴 안쪽의 귀지를 가볍게 청소하는 것이 좋다.
Case 3 "달그락 소리가 나요"
동양인은 마른 형태의 건형 귀지가 많아 음식을 씹거나 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외이도 입구가 좁거나 고막 이상으로 인해 자연 배출이 불가능한 경우 귀지가 더욱 커져서 귓속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때 함부로 귀를 파게 되면 단단하고 커진 귀지로 인해 외이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렇게 제거하라정성스럽게 귀지를 제거해줄 사람이 있다면, 귀지 제거용 포셉(핀셋)을 이용해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빼내도록 한다. 만약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귀지연화 제거용액을 귓속에 넣어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유도한다. 단, 4일 정도 사용하고도 귀지가 제거되지 않는다면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Case 4 "잘 안 들려요"
이쯤 되면 이구색전이라고 하여 귀지가 외이도를 막아버린 사태가 된 것인데, 보통 귀지가 외이도 직경의 80% 이상을 막았을 경우 난청이 발생한다. 물론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난청이 심해지는 건 물론이고 이폐감, 귀울음, 이통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제거하라이제 스스로 귀지를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장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귀지용해제와 석션 등으로 귀지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귀지로 인한 난청 증상이 빈번할 경우 6〜12개월에 1회 이상 전문의를 찾아 정기적으로 귓속을 세정하는 것이 좋다.
#1. 2012년 9월 17일 새벽, 모 피부과 의사 A씨가 자택에서 숨졌다. 외부 침입이나 타살의 흔적은 없었다. 단지 그녀의 팔에는 주사바늘 자국이 있었고, 주변에는 주사기와 작은 약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2. 2012년 10월 18일, 연예인 B씨가 마약류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의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일이라고 밝혔지만,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이 사건으로 B씨 말고도 이미 상당수의 연예인이 이 마약류를 정기적으로 투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두 사건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것은 마약류로 분류되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이다. 하얀 색깔로 인해 일명 ‘우유주사’로도 불리는 프로포폴은 원기회복에 좋고 식욕을 저하시켜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한동안 강남 일대에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프로포폴은 이미 2009년 6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잭슨의 시체에서 치사량 수준인 엄청난 분량의 전신 마취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잭슨의 주치의 콘라드 머리가 잭슨의 불면증을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6개월간 매일 50mg씩 프로포폴을 투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프로포폴이 대체 어떤 물질이기에 남용한 사람을 징역에 처하고, 사람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일까.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화학 합성으로 개발한 수면마취제다. 프로포폴은 페놀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로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약으로 만들었다. 이 대두유 때문에 아주 탁한 흰색으로 보여 우유주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프로포폴을 맞으면 환자가 단기적인 기억상실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건망증 우유’라고 불리기도 한다.
프로포폴은 많이 쓰이는 수면마취제다. 수면내시경 시술 때 주로 주사하는 마취약이 바로 프로포폴이다. 이 약의 특징은 마취가 빠르고 마취에서 회복되는 시간도 짧다는 점이다. 프로포폴로 마취하면 보통 2~8분 만에 깰 수 있다. 또 프로포폴은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와 몸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마취제를 사용할 때처럼 구역질을 일으키지 않는다.
프로포폴을 맞으면 뇌 기능이 억제된다. 프로포폴이 뇌에서 ‘잠을 자라’는 신호를 주는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도 마비돼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질로 중독의 원인이다. 이때 나오는 도파민 양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을 맞았을 때보다 많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몸 안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많다고 해서 마약처럼 중독되지는 않는다. 또 프로포폴로 마취돼 잠이 든 경우에는 도파민이 주는 ‘도취감(euphoria)’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내시경이나 성형수술을 받을 때 프로포폴에 중독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 도취감을 느끼려고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양을 줄여 맞는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포폴을 쓰다 보면 결국 중독되고 만다. 프로포폴 중독자에 대한 연구는 1992년 미국 마취과학지에 최초로 실렸다. 이후 학계에 보고되는 남용사례는 꾸준히 늘어났다.
환각제로 프로포폴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한 마취과 의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의사용 편람에 프로포폴의 중독성에 대한 보고가 없다. 또 프로포폴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시간이 짧아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할 때 관리와 감독을 받지 않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은 처음엔 조금씩 맞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양을 점차 늘여나가고, 나중에는 끊고 싶어도 강력한 충동과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강박, 갈망(compulsion, craving)’의 전형이다.
그런데 왜 프로포폴을 남용하다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일까. 프로포폴이 ‘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쓰던 수면마취제인 치오펜탈도 프로포폴처럼 무호흡증을 일으키는데, 빈도는 25~35%로 비슷하지만 무호흡이 지속되는 시간은 프로포폴이 더 길다. 게다가 투여기간, 용량, 속도 및 함께 사용한 약 등에 따라 무호흡의 빈도가 더 높아진다.
프로포폴은 호흡을 억제하기 때문에 마취를 할 경우에도 의사는 환자가 호흡을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돼 있다.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 산소, 기도유지에 필요한 장비, 응급약은 필수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에는 안전하지만 남용자나 중독자들은 주로 프로포폴을 몰래 혼자 맞기 때문에 갑작스런 무호흡증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프로포폴이 의존성을 일으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마취 용량 이하로 투여했을 때 의존성을 보인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에서 2009년에 프로포폴을 통제물질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마약류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프로포폴 관리시스템은 향후 이 약물의 남용자를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이며 프로포폴 중독자 발생을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새로운 프로포폴 의존성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어떤 감염 질환도 이렇게 빠르게 사망에 이르게 할 수는 없다. 수막구균 감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막구균 감염은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불과 수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을 만큼 병세가 급격히 진행된다. 의사가 손을 써보기도 전에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막구균에 감염되면 이름대로 뇌수막염을 잘 유발한다. 갑자기 열이 나고 심한 두통과 근육통이 생기면서 구토가 난다. 심하면 의식이 나빠질 수도 있다. 특히 몸통이나 다리에 핑크색 반점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심한 경우 패혈증으로 혈압이 떨어지며 쇼크에 빠질 수 있다.
초기에는 목이 아프거나 콧물이 나는 증상으로 시작돼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겨울철에 잘 발생하기 때문에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육통은 독감 때보다 훨씬 더 심하다. 항생제 치료를 해도 10~15%는 사망하며, 특히 청소년에게서 사망률이 더 높다. 살아남더라도 5~10명 중 1명은 신경계 후유증으로 귀가 먹거나 지능이 떨어지고 간질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누구나 수막구균에 감염될 수 있으나 활동력이 왕성한 16~21세의 건강한 청소년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이 연령대의 청소년이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군에 입대해 단체생활하는 경우 감염이 쉽게 된다. 건강한 청년에게 이유 없이 발병하기 때문에 특별한 위험군이 따로 없을 정도다.
수막구균은 환자나 보균자의 침이나 콧물에 접촉돼 발생한다. 컵을 나눠 쓰는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도 쉽게 전염된다. 보통은 증상이 없거나 목감기로 끝나지만 일부에서는 매우 심한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코나 목에 수막구균을 갖고 있는 보균자가 되면서 계속해 균을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 10명 중 1~2명이 코와 목구멍에 수막구균을 갖고 있다. 특히 활동력이 왕성한 청소년의 경우 보균율이 더 높다.
수막구균은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드물어 2011년의 경우 7명이 발생하여 2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이나 중동뿐 아니라 미국·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과거부터 많은 수막구균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2000년부터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 군인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11세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 수막구균 유행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 등에게 수막구균 백신의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수막구균 백신이 시판되지 않다가 최근 수입 시판이 허가됐다. 지난해 6월 군 훈련소에서 훈련 중이던 군인 3명이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에 감염되고 이 중 1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올해 말부터 수막구균 백신을 훈련병 등에게 접종키로 했다고 한다. 파상풍, 유행성이하선염, 인플루엔자 백신은 전 장병을 대상으로 이미 접종하고 있다.
2학기가 끝나면 많은 대학생이 또 군에 입대할 것이다. 국방부는 점차적으로 A형 간염 백신 접종도 실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시행이 되지 않고 있으므로 군 입대 전에 A형 간염 백신을 맞는 것이 좋겠다. 홍역-볼거리-풍진, 수두, B형 간염도 면역력이 없다면 이 또한 입대 전에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