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28개 단지, 2008~2009년 전기료 22억원 낭비]

- 住民 모른다고 무책임하게 계약
한국전력과 비싸게 계약한 곳 監査 해보니 서울 40% 넘어
관리소들 "더 걷힌 전기료로 공용 전기료 줄여줬다" 해명
경기 안성 住民, 반환訴 승소 "가구당 최대 19만원 지급하라"


#1. 임대아파트인 부산 기장군 정관휴먼시아 1단지(1533가구) 주민 460여명은 최근 법원에 "부당하게 더 걷은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임대 주체인 LH와 주택관리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을 낸 주민들이 돌려달라는 전기료는 1인당 25만원씩, 총 1억1000여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가구별 전기 사용량과 공용 사용량 구별 없이 단일 요금 방식으로 계약하는 것이 가구용과 공용을 구분해 매기는 종합 계약 방식보다 가구당 월 8000원가량씩 전기료가 싸게 먹힌다.


		9일 부산 기장군 정관휴먼시아 1단지 동대표 권명자(오른쪽)씨가 2009년 입주 때부터 최근까지 낸 전기요금 내역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9일 부산 기장군 정관휴먼시아 1단지 동대표 권명자(오른쪽)씨가 2009년 입주 때부터 최근까지 낸 전기요금 내역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그런데 주택관리공단은 값싼 단일 계약을 하고도 주민들에게는 약 6개월간 그보다 비싼 종합 계약을 했다고 속여서 전기요금을 징수하고는 차액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소송에서 주민들을 대리하는 김병진 변호사는 "전기요금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사용량만큼 계약 단가대로 부과해야 하는데, 주택관리공단이 다른 단가를 적용해 부과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고의적으로 주민들을 속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측은 "남은 돈으로 공용 전기료(가로등이나 엘리베이터 등에 사용되는 전기료)를 면제하거나 깎아줬다"며 "단일 계약 방식은 전기를 많이 쓰는 일부 가구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어서 주민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 서울 강남의 R아파트 단지는 지난 2월 전기요금 검침비(檢針費)를 감사했다. 이 아파트에선 중앙 처리 시스템으로 자동 검침이 이뤄져 한국전력으로부터 월 100만원 안팎의 검침비가 아파트 통장으로 매달 들어온다. 그런데 2009년부터 한전이 지급한 검침비 4000여만원을 당시 관리소장 등이 인출해 간 것으로 자체 감사에서 밝혀졌다.

 

감사를 한 주민 최모(공인회계사)씨는 "검침비는 아파트 수입이기 때문에 입주자회의 허락을 받아야만 지출할 수 있다"며 "무단 인출해간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전직 관리소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2008, 2009년 전기요금 이만큼 더 냈다 도표
 



2008, 2009년 전기요금 이만큼 더 냈다 도표

아파트 관리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27.5%)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요금이다.

연간 전체 아파트 관리비 12조원 가운데 3조원 이상이 전기요금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요금 부과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무지(無知), 이를 악용한 일부 관리 주체의 눈속임 비리로 안 내도 될 돈이 줄줄 새고 있다.

2011년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 시내 817개 단지 중 340개(41.6%) 단지가 전기 공급 계약 방식을 잘못 택해 2년간 전기요금 161억원을 더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단지에선 관리사무소가 "번거롭다"며 더 싼 방식으로 변경하지 않아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감사원은 말했다. 경기도 안성과 부천에선 주민들이 관리 회사를 상대로 '전기료 반환 소송'을 내서 승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안성의 아파트 입주민 20여명이 낸 소송에서 "가구당 17만~19만원과 연체료 손해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방법을 변경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아 4년간 5800여만원을 부당하게 쌓아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동 검침이 이뤄지는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등이 검침을 하면서 가구별 사용량을 부풀려 전기요금을 더 걷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 주민이 적지 않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은 "검침을 조작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더 걷히는 전기료가 있을 땐 공평하게 주민들의 공용 전기료 부담을 줄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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