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아파트 관리비 새고 있진 않나요 [6]

[주민 울리는 아파트의 무법자들… 쫓아내기도 쉽지 않다]
구청 '재선거 지시'에도 불복, 소송 낸 후 계속 권한 행사
주민들이 직접 해임 결의해도 순순히 물러나는 경우 드물어
장기 집권 '직업 棟대표'들 終身규정 등 제멋대로 만들고 비리 연루되고도 또 출마


서울 강북구 대형 단지인 S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인 K씨는 요즘 강북구청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강북구청은 지난 3월 입주자대표회장이 된 K씨에 대해 '무자격자'라면서 이 아파트에 회장을 다시 뽑으라는 공문을 보냈다.

K씨는 2006~2008년 한 차례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임기 2년)을 지내고, 2010년부터 다시 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강북구청에 따르면 K씨는 지난 2008년 법을 어기고 아파트 복리시설을 골프연습장 업자에게 돈을 받고 임대한 혐의(체육시설법 위반)로 기소돼 2년 후인 2010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국가기관이 적발한 서울 강북구 S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K씨의 문제들
 

/그래픽=박상훈 기자

강북구청은 이처럼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입주자대표를 할 수 없다면서 '재선거 지시'와 함께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 국토부도 "K씨는 입주자대표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K씨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5년간 입주자대표를 할 수 없게 한 주택법 시행령은 내가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에 생겼기 때문에 소급 적용할 수 없다"며 강북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K씨는 "입주자대표 출마는 기본권에 해당해 헌법상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5년 넘게 입주자대표회장을 하고 있는 K씨의 불법행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1년 골프연습장 외에도 아파트 헬스장과 독서실을 돈 받고 임대한 사실을 적발해 강북구청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도봉세무서도 임대 수익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며 3344만원을 추징했다.

관할구청은 물론 국토부, 감사원, 세무서 등 국가기관들이 돌아가며 문제 삼았는데도 꿈쩍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도리어 K씨는 구청의 '재선거 지시' 이후 기존 청소·조경·승강기 업체와 2~5년간 재계약을 하는 등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씨는 "임대 사업 수익을 신고하지 않는 것은 전국 아파트가 다 마찬가지"라며 "법원에서 판결을 내릴 때까지 내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대로 하라"며 버티기

비슷한 케이스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장 또는 동대표들의 비리를 찾아내 '해임 결의'를 해도 선선히 물러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소송으로 해결하자"고 나온다는 것이다.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자들이 회의록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동대표를 해임시켰다. 해당 동대표는 아파트 입주자회의에서 총무를 하면서 보관하던 통장 등을 후임에게 인계하지 않아 문제가 됐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서울 서초구의 S아파트 전직 입주자회장 홍모씨도 장애인 이동용 경사로 설치 공사와 관련한 주민 회의록을 위조한 것이 들통나 주민들에 의해 회장직에서 밀려났지만, '억울하다'며 법원에 소송까지 냈다가 지난 3월 말 패소했다.

◇'직업 동대표'가 멋대로 만드는 관리 규약

주민들은 입주자대표들의 비리를 적발해도 이들을 축출하기 어려운 것은 "이권(利權)으로 얽히고설킨 비리 사슬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씩 동대표를 맡는 이른바 '직업 동대표' 몇몇이 주민대표 선출규정(관리규약)을 자기들 유리하게 뜯어고쳐 돌아가면서 아파트의 권력을 장기 집권하는 경우엔 주민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감사원이 서울시내 100개 아파트를 표본조사 한 결과 15개 아파트에서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된 사람이 동대표를 할 수 있게 하거나, 65세 이상만 동대표를 할 수 있게 관리규약을 만들었다가 적발됐다. 자신들이 '종신(終身)' 동대표를 할 수 있게 관리규약을 만들고 공사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감사원이 수사 의뢰했던 서울 노원구 J아파트 동대표 4명 가운데 2명이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최근 다시 동대표로 출마하면서 아파트에서 분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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