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많이 나도 채용은 무관심
국내 최대의 에너지·정유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벌써 채용이 끝났어야 할 시점이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런 일정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있었던 SK그룹 공채 때도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신입사원 채용 문제에 대해 “미정”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금년에도 선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회사의 경영 상황과는 크게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이익을 많이 거뒀고 그 규모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만도 30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데다, 2분기에도 기름값 반등에 힘입어 약 5000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또 갖고 있던 땅 가운데 사용하지 않던 곳이나 해외 자원 지분을 팔면서 현금 유동성도 크게 좋아진 상태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이 SK텔레콤과 함께 SK그룹을 상징하는 양대 대표 기업이라는 위상까지 고려하면 이런 행보는 상당히 독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매출 규모가 SK이노베이션에 비해서 절반도 되지 않는 다른 정유업체들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선발에 나서며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올 5월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했고, 현대오일뱅크 역시 3월에 공채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대졸 구직자들의 취업 숨통을 틔워줬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명예퇴직만 실시해 많은 직원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외면하는 사회적 책임과 미래
일부 기업들은 그나마 뽑던 인력 규모를 감축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상당수가 흑자 전환한데 이어 최근 주택 경기 호황으로 실적이 더 개선되고 있지만 채용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4270억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올 상반기에는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다.
대우건설은 예년엔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신입사원을 뽑았다. 하지만 올해는 하반기에만 공채를 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대졸 신규 채용 인원은 140명(2012년), 100명(2013년), 70명(2014년) 등 매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한화건설도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50여명씩 뽑았지만 올해엔 상반기에 채용을 하지 않고 하반기에만 뽑을 예정이다.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 계열 소프트웨어회사들도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연합회가 최근 LG CNS·SK C&C·삼성SDS 등 대기업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해 인력 운영 규모와 이익 예상치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회원사들은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6.9%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인력 운영 규모는 지난해보다 0.7%만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실질적으로 직원을 거의 더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 채용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졸 구직자들의 사회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이스트(KAIST) 장영재 교수는 “사회에 대한 기여 뿐 아니라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기업들이 당장의 경영 지표를 보기 좋게 만들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창의성 높은 젊은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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