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현장속으로]‘돈 때문에 소음방송’…시민감사 청구

 
 
지하철 2호선 광고방송 논란

“○○○영어전문학원, 수업시간 따로 없다, 100% 영어 사용환경” “취업은 ○○○○, 알바는 △△△”

서울 메트로가 승객의 귀청을 때리는 무차별 광고로 ‘시민감사’를 받게 됐다. 서울기독교청년회(서울YMCA)는 23일 지하철 음성광고에 대해 서울시에 시민감사를 청구하고 전면 폐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2호선 일부 역에서 안내 방송과 함께 나오는 상업광고는 듣지 않을 권리 논란을 부르고 있다. 서울시 시민감사관실은 청구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시정 권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불씨는 ‘돈’=서울메트로는 지난해 4월부터 2호선에 음성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광고업체 튜브컴이 전동차 안내 방송에 광고를 붙이는 조건으로 방송 장비를 교체해줬기 때문이다. 새 장비는 녹음 내용을 무선 전송해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지만, 예전에는 방송 내용을 바꾸려면 세 달이 걸렸다. 전동차마다 칩을 일일이 바꿔끼워야 했던 까닭이다. 실제 구로공단역의 이름이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뀐 뒤에는, 운전사가 세 달이나 육성 방송을 해야 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1~4호선의 방송 장비를 바꾸는데는 27억원이 든다.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메트로는 장비값 대신 광고권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매달 1천만원의 수수료와 함께 5년 뒤에는 장비 소유권도 갖게 되는 조건이다.

그러나 승객들의 항의는 거셌다. 광고는 시작 열흘만에 대폭 제한을 해야만 했다. 출발·도착 시점 가운데 한 차례만 광고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광고 허용 역을 44곳에서 17곳으로 줄였다. 현재 아침 8시30분에서 9시까지는 광고 자체를 금지한다.

1·3·4호선에도?=서울메트로는 원래 2호선 뿐 아니라 1·3·4호선에도 음성광고를 내보낼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10월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2호선 광고도 애초 계약 내용의 40% 수준으로 축소됐으니, 수수료 수입도 그 만큼 줄어든 상태다. 튜브컴 신정헌 대표는 “서울메트로에 수수료를 적게 내는 것만으로는 장비 투자비용 회수와 이윤확보가 어렵다”며 “현재 사장도 공석이라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광고를 적게 내보내고 수수료 수입 상당액을 포기하는 방식과, 장비를 바꾸되 메트로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운전팀 정일봉 과장은 “서울메트로 예산은 지하철 안전장비 바꾸기에도 벅차서 재검토 결정 뒤 협의는 하지만 결론을 못 내고 있다”며 “아직 확실한 답은 없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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