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인사이동에 대처하는 자세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서는 인사발령이 수시로 행해지고 이에 따라 발령 당사자인 직원은 발령에 따라 부서나 업무가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오해가 빚어지며 직장생활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원치 않은 인사발령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원치 않은 인사발령"이 곧 "나가라"의 의미는 아니다

내가 원하지 않은 부서, 직무, 근무지로 발령이 날 경우 대개 "도대체 이번 인사의 저의가 뭐지? 회사가 나를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그런 의심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는 틀릴 수 있는데 맞는 것으로 오해하고 사직으로 맞서거나 직장생활의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이다. 우선 회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대처해 나가자.



2. 회사가 나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한 인사이동

이런 인사이동은 몇 가지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가장 잘 행해지는 방법은 오지 근무이다.  나의 직장생활 경력과 어울리지 않는 오지 근무를 수용하고 직장생활을 계속할 직원은 많지 않다.  간혹 회사의 직무순환(로테이션) 규정 상 또는 경력관리상의 현장경험을 위한 오지 발령도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나가줬으면 하는 취지로 발령을 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나보다 경력, 직급이 같거나 심지어 낮은 동료 직원의 부하직원으로 발령을 내는 경우다.  이 경우는 십중팔구 자존심을 건드려 사직을 유도하기 위한 발령이다.  또 직무의 가치가 매우 낮거나 심지어 없는 곳(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직무), 또는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무덤이라 불리는 곳으로 발령을 내는 경우이다.

회사가 나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한 인사이동이 분명하다고 생각될 때는 우선 인사이동의 취지에 대해 정확히 확인부터 하라.  나의 상사 또는 그 위의 상사(임원), 또는 인사부서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문의해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나가줬으면 하는 취지 인사냐?"고 물으면 상당수는 "미안하게 됐다."는 등 사실상 시인하는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강하게 부정을 하며 발령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회사를 믿고 인사발령을 우선 받아들이고 선택을 천천히 고민하는 것이 낫다. 

나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한 인사이동의 취지가 확실해 졌다면 이제 선택을 하자.  선택의 기준은 ① 회사의 발령이 불법적인 수준인가 ② 평소 회사에 대한 나의 애착(충성심) ③ 사직 후 미리 계획한 좋은 대안이 있는가 여부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의 전직(인사이동)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합리적 사유 없는 인사이동은 직원의 해고를 유도하기 위해 남발될 수 있으므로 이를 규제하고 있다.  불법적 수준의 인사이동은 권리남용이며 직원이 근로기본권 침해이므로 정당히 항변할 권리가 있고 또 잘 협상하면 실리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별도의 칼럼으로 쓸 계획임)  회사의 취지가 확실해도 평소 회사에 대한 나의 애착이 변함이 없다면 또는 사직 후 미리 계획한 좋은 대안이 없다면 현재의 수모를 참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3. 회사를 사랑한다면 원치 않는 인사이동은 받아들여라

회사의 인사이동 취지가 나의 사직을 바라는 것이던 아니던 내가 평소에 회사를 사랑하고 충성을 다했으며 지금도 그 마음이 변치 않다면 내가 원치 않은 인사이동도 1,2번은 받아들이자. 나의 사직을 바란 회사의 인사이동이라도 나에 대한 회사의 판단이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린 나의 상사나 인사부서, 또는 최고경영자들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치 않은 인사발령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다시 오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나가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인사발령도 알고 보면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혹은 임시적으로 어쩔 수 없어서 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섣불리 "회사가 나를 버렸구나"하고 미리 예단하고 사직을 결정한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를 하는 것이다.
큰 조직의 최정상에 오른 CEO 치고 자기가 원하는 자리, 핵심보직만 지켜온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보다는 오지에서도 근무해보고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부서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또 다들 싫어하는 상사 밑에서 고생도 해본 사람들이 많다.



4. 미리 준비된 계획 없이 사직서를 던지지 마라

회사가 나를 좋게 평가하지 않고 나도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가급적 빨리 사직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다.  그렇지만 사직은 명분과 시기를 잘 잡아야 한다.  원치 않는 인사이동이 발표되었다고 해서 사표를 던지는 일은 멋있어 보일 지 몰라도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사직 이후의 계획이 비교적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감정적으로 사직하고 나서 막상 새로운 계획을 세우자면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 마음고생도 많이 하면서 다음 계획을 실천하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  결론적으로 사직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원치 않은 인사발령을 받아들이고 지금부터라도 사직 이후의 계획을 차근히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회사에서 사직을 유도하기 위한 인사발령을 내는 이유는 직원에게 사직을 준비하는 시간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5. 시련을 겪지 않은 CEO는 없다.

내게 원치 않은 인사발령을 내려졌을 때 차분히 생각해 보자.  평소 회사에 애정도 없었으며 또 사직 이후의 계획을 준비했더라면 사직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스트레스가 배가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인사명령에 따르면서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  직장인들로부터 존경 받는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도 다 비슷한 시련을 겪으면서 그 자리에 올라갔음을 명심하자.




김형준

CJ제일제당/대우건설 인사팀
공인노무사
現 애드웹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실장

※ 본 게시물은 외부 전문가의 개인의견에 바탕을 한 기고문으로 고용노동부의 업무내용과 블로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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