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한 대 값이 10만원인데

한상만 오병이어 이사가 무한 잉크제품을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매번 갈아야 하는 정품 토너 카트리지 1개가 10만원씩 한다는 건 정말 터무니없이 비싼 거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점에 착안해 리필 잉크ㆍ토너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다하는 아이템으론 가격 경쟁밖에 답이 없는데 그래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한상만 오병이어 이사(51)는 옥션 G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에서 재생 또는 리필 토너ㆍ잉크 카트리지와 프린터를 판매하고 있다.

`오병이어`(www.2934.co.k)는 대한민국에서 정품 카트리지 대신 리필 토너ㆍ잉크 카트리지로 교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인터넷 스타` 업체다.

오병이어(성경에 나온 5개의 전병과 2마리의 물고기란 뜻)는 오픈마켓과 자체 쇼핑몰에서 재생ㆍ리필 토너ㆍ잉크 카트리지 판매로 지난해 매출 25억원을 올렸다. 직원 25명 규모의 오병이어는 올해 매출이 3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만 이사는 아무런 직함이 적혀 있지 않은 명함을 내밀었다. 회사의 한글 직함은 `이사`지만 오병이어의 제품과 판매 콘텐츠를 개발하는 실질적인 대표다. 한 이사는 "전에 내 이름을 대표로 내걸고 사업을 여러 차례 했지만 잘된 적이 별로 없었다"며 "나 대신 아내가 대표를 맡으면 사업이 잘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이사의 부인인 이경선 오병이어 대표(46)는 회사의 고객담당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대표로 내걸길 꺼릴 정도로 한 이사는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다. 고등학교 시절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직장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동네 슈퍼마켓과 학원 등을 운영하던 그는 1999년 웹디자이너와 웹마스터 교육 동영상을 판매하는 온라인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 이사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교재를 만든 경험 등이 있어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업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생각만큼 부가가치를 얻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온라인 교육 사업으로 집을 잃고 카드빚만 얻게 됐다.

한 이사는 사업을 접고 프린터 등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사무용 집기 대부분을 집으로 가져왔다. 막연하게 사업 구상을 위해 인쇄를 하다가 프린터 토너가 동났다. 당시 정품 토너를 사러 가게에 갔더니 그 가격이 무려 10만원에 달했다. 1만원이 아쉽던 시절이었다.

한 이사는 "당시 옥션에 들어가 저렴한 토너를 찾다 보니 토너에 넣는 인쇄용 파우더(분말)를 1만5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며 "집에서 카트리지를 분해해 파우더를 넣고 사용해보니 인쇄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 무척 신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정품의 3분의 1 가격인 재생 토너 카트리지가 대세였다. 재생 토너 카트리지는 정품을 분해한 뒤 다시 세척하고 재코팅을 거친 뒤 토너 파우더 분말을 넣고 복원한 제품을 말한다.

한 이사는 재생 토너 카트리지보다 저렴한 리필 토너 카트리지에 주목했다. 리필 토너 카트리지는 재생과 달리 재포장을 거치지 않고 사용한 정품 카트리지에 분말을 넣는 형식.

한 이사는 재생 토너 카트리지 값의 절반 수준인 리필 토너 카트리지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토너 파우더가 워낙 미세하다 보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방이 새까맣게 변하기 일쑤였다.

한 이사는 카트리지에 파우더를 손쉽게 리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토너 카트리지에 전기 인두로 동그란 작은 구멍을 뚫고 토너를 집어넣는 방식을 개발한 것.

그는 토너 카트리지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자리를 찾은 뒤 개당 5000원씩 하는 전기 인두 대신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달궈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나무 인두를 자체적으로 발명했다. 구멍을 뚫은 뒤 막을 수 있는 고무 마개 등을 만들어 특허를 등록했다.

그러나 한 이사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이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적은 `친절한 설명서`다.

그는 "당시 재생 토너 설명서에는 영어 아랍어까지 다 써있고 도통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며 "학원ㆍ온라인 교육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사진과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한 설명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무 인두와 토너 파우더 2개, 친절한 설명서는 오픈마켓에서 단돈 1만원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병이어는 매출의 90%를 오픈마켓에서 올리고 있다. 한 이사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려고 했는데 포털 사이트의 배너와 광고비가 너무 비쌌다"며 "그러나 오픈마켓은 수수료 8% 외에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고객보다 훨씬 까다로운 온라인 고객을 상대하려면 싸고 좋은 제품 외에도 갖춰야 하는 것이 많다고 한 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친절한 전화상담과 문제가 생길 때 신속한 교환, 이목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자체 잉크 조절기인 `무한잉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프린터 외부에 잉크통을 설치해 잉크 카트리지로 잉크가 계속 흘러가도록 해 잉크 비용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그는 "재생은 친환경적인 면에서 국가에서 권장하는 사업"이라며 "서울지체장애인협회와 협력을 통해 장애인도 5명 고용했다"고 말했다.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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