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2013년 생애최초 주택구입을 준비하던 A씨는 법무사로부터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2013년 7월 시아버지가 A씨에게 전북지역의 토지 6624㎡(약 2007평)를 증여했기 때문에 생애최초 주택구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여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A씨는 시아버지가 자신의 신분증과 도장을 도용해 증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해 1월 시아버지에게 땅을 반납하고 생애주택을 취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8월 관할 세무서는 'A씨가 시아버지에게 3780만원 상당의 땅을 증여받았다'며 증여세 414만6460원을 내라고 고지했다.

A씨는 땅을 증여받은 지도 몰랐고, 법적절차를 밟느라 증여취소가 다소 늦어진 바는 있다고 항변했지만 해당 세무서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신고기간 이내에 반환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지만 반환하기 전에 과세표준과 세액이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A씨가 신고기한이 지난 뒤 증여계약을 합의해제 했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땅을 증여받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A씨에게 증여세가 매겨지기 전에 반납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일단 세금은 내라는 주장이다.

억울한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생각에 A씨는 심사를 청구했고, A씨에게 부과된 증여세 414만원은 관할 세무서가 부과한지 4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취소됐다.

심사 청구에 대해 국세청은 "A씨에게 땅이 증여될 당시 A씨의 시아버지는 다니던 회사로부터 횡령과 절도 등의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며 "수사결과에 따라 손해배상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상돼 문제의 땅 소유권을 이전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생애최초로 주택을 취득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시아버지가 A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땅을 이전했다는 A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며 "해당 증여를 무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해당 세무서가 A씨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억울하게 부과된 세금은 다행스럽게 취소됐지만 현장에서 이뤄지는 행정편의적인 국세행정 때문에 A씨는 4개월 동안 속앓이를 해야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지난달 19일 올해 국세행정 방안을 발표하며 "현장소통을 한층 강화하여 납세자의 작은 불편도 크게 듣고 정성을 듣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납세자의 작은 불편도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납세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행태가 사라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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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⑥

2012년부터 청년 실업률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오르자 갈 곳이 없어진 청년들이 창업을 택하고 있다. 사업주가 30대 미만인 신설 법인이 지난해 3,494개로 전년보다 37%나 늘어났다. 정부도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창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숙박업 같은 생계형 창업의 경우 1년 안에 절반이 망하고, 5년 뒤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고작 17%이다.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는 과학·기술형 창업도 5년 뒤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33%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천만한 일이다. 한 번만 실패해도 그 후유증을 회복하고 다시 도전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기자가 창업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만났던 한 특허법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청년에게 창업을 권하는 것은 펴질지 안 펴질지 모르는 낙하산을 메고 벼랑에서 뛰어내리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패자부활의 기회가 위대한 창업을 만드는 열쇠다
 

헨리 포드(Henry Ford)와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파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업을 개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포드사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1899년 몇몇 후원자들의 도움을 얻어 자동차 회사인 ‘헨리 포드 회사’(Henry Ford Company)를 만들었다. 하지만 젊은 포드가 완벽주의를 고집하는 바람에 2년 동안 고작 20대 밖에 생산하지 못했고, 결국 1901년에 파산하고 말았다. 하지만 포드는 이런 실패를 바탕으로 2년 뒤 포드 자동차 회사(Ford Motor Company)를 설립해 마침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월트 디즈니(Walt Disney)도 파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1922년 짧은 광고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배급업자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졌고, 그 결과 회사를 만든 지 1년 만에 파산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928년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Mickey Mouse)로 놀라운 재기에 성공했다.

만일 미국에 파산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파산·회생 제도가 없었다면 포드와 캐딜락은 물론 미키 마우스도 등장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개인의 잘못이 없다면, 우리나라처럼 그 개인에게 무한대의 책임을 물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고 해서 창업자의 인생까지 망하는 것이 아니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는 쓰디 쓴 패배를 밑거름 삼아 세계적인 회사를 키우거나 유명인이 된 사람이 지금도 한두 명이 아니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에서 창업은 일회성, 전시성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파산을 경험한 사람이 재기에 성공해 국내의 굴지기업이 된 경우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 같은 차이는 두 나라의 금융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는 파산한 기업만이 아니라 그 창업자에게까지 무한책임을 묻는다. 이 때문에 우리의 금융회사는 창업의 성공가능성 같은 것을 따질 필요 없이 단지 창업자에게 충분한 담보만 있으면 돈을 빌려주는 후진적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기 때문에, 돈을 빌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우지 못한다. 따라서 파산을 한 경우에도 기업만 금융회사에 넘기면,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창업자에게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금융시스템은 실패한 창업자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금융회사에 불리한 시스템은 미국의 금융회사들을 더욱 단련시켰다. 그 결과 금융회사들은 돈을 빌린 기업의 상환 능력을 검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첨단 리스크 관리 기법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대출을 받은 창업자에게 평생 무한책임을 지울 수 있는 ‘편한 환경’에서는 금융회사가 이 같은 첨단 금융기법을 개발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된다.

성공하는 것이 더 위험한 나라에선 미래가 없다
 

설사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에게서 이를 지키기 또한 쉽지 않다. 일례로 중견기업인 ‘한미 반도체’는 자체 연구·개발한 첨단 반도체 제작 장비를 삼성전자에 납품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크론이 비슷한 장비를 납품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허 침해를 항의해도 소용이 없자, 한미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를 상대로 한 힘겨운 소송을 시작했다. 결국 201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21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미 반도체는 30년이 된 건실한 중견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런 법정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새로 창업한 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주로 중소기업이 피해자가 되고 있는 이러한 특허법 위반 사건에서 기소율은 2008년 6.8%에서 2012년 3.5%로 낮아졌다. 더구나 어렵게 재판까지 간다고 해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의 특허분쟁 승소율은 2009년 45.2%에서 2013년에는 36.6%로 낮아졌다. 이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받기조차 힘든 나라에서 누가 선뜻 창업에 나서겠는가? 대기업이 뛰어들어 중소기업의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는 나라에서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창업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홀대하는 척박한 환경에 갇힌 우리나라의 뛰어난 기술자나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특허를 차라리 외국의 특허괴물(Patent Troll; 특허를 매입해 특허소송이나 특허사용료로 수익을 얻는 회사)에 파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괜히 창업했다가 돈과 힘을 가진 대기업과 극도로 불리한 싸움을 하다 결국 패배하느니, 차라리 외국의 특허괴물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넘기고 그 값이라도 제대로 받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때 미국의 특허전문 인수회사인 인텔렉츄얼 벤쳐스(IV; Intellectual Ventures)가 우리나라의 대학가와 중소기업을 돌면서 특허를 싹쓸이 해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발명한 특허를 미국 회사에 로열티(Royalty)를 주고 써야 하는 한심한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왜 미국은 불공정거래에 극약 처방을 내릴까?

새로 창업한 기업의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면, 미국 대기업은 그 신규기업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해 회사를 아예 사들이는 방법을 택한다. 때문에 미국의 혁신가들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한국처럼 중소기업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유사한 상품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중소기업이 개척한 시장을 대기업이 빼앗으려는 시도 자체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하지 않을 뿐이다.

미국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아무리 영향력이 큰 회사라고 하더라도 강력하게 처벌한다. ‘석유왕’으로 불렸던 록펠러(John D. Rockefeller)의 스탠더드 오일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사실이 드러나자, 1911년 미국 법원은 회사를 아예 해체해 버렸다. 대기업을 해체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질서를 바로 세워 창업을 촉발시키고 나아가 미국 경제에 더 큰 이익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일자리가 없으니 창업을 하라고 청년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패자부활의 기회도 없고, 성공한 중소기업을 보호해 줄 공정하고 강력한 시장 감시 시스템도 없다. 이런 야생의 정글 속에 그대로 청년들을 떠미는 것은 비단 청년들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창업을 권하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창업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부터 만들어놓아야 한다. 우리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창업’이 오히려 우리 경제를 나락으로 끌고 가는 위기 요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시장의 시스템 보완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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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⑦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금이 무려 11조 원이나 모자라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빚을 내지 않고는 당장 쓸 돈조차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처럼 나라의 곳간이 텅 비는 바람에 정부가 돈을 제 때 쓰지 못해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까지 추락하였다.

당장 세수에 목마른 정부가 투명지갑인 월급쟁이들의 연말정산까지 손을 댔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조세정책이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출산장려정책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서민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담뱃세까지 대폭 인상해 담뱃값의 4분의 3이 세금이 될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서민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늘려온 정부가 부유층의 상속세 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고집하고 있다. 지금처럼 세수 부족이 극도로 심각하여 서민들의 호주머니 돈까지 털어야 하는 상황에서 부유층에게 상속세를 공제해 주면 결국 그 부담은 다시 수많은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부자의 세금을 깎아준 만큼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한다

정부가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사태를 일으키게 된 세법 개정안을 만든 것은 2013년이었다. 그런데 이 때 정부는 부유층의 상속세 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이 세법개정안에 함께 포함시켰다. 매출이 3천억 원 이하인 기업을 상속받을 때 무려 5백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8%가 매출액이 3천억 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몇몇 재벌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이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게다가 이 제도에 의하면 30억 원을 상속받은 개인은 수억 원대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가업을 갖고 있는 부유층의 자녀는 500억 원을 상속받아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조세 역전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그런데도 정부의 기업 상속세 공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사상 최악의 세수 결손 속에서도 정부는 상속세 공제 대상과 금액을 더욱 확대하려고 시도하였다. 가업 상속 공제 대상을 매출 3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도 1천억 원으로 확대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 기업의 99.9%가 상속세 감면 대상에 들어가게 되어 사실상 기업 승계에 대한 상속세가 무력화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구나 기업인 자녀 한 명에게 돌아가는 상속세 공제 혜택이 최고 4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부유층 개인에게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제도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부자감세라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결국 부결되었다.

이렇게 이미 한 번 국회에서 부결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일에는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가업 상속 공제’를 재추진하라고 촉구하였다. 세수가 바닥이 난 비상 상황에서 이렇게 기업가들의 상속세를 공제해 주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상속세를 공제해 줘야 기업 오너의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아 계속 경영할 수 있고, 그렇게 혜택을 받은 기업 오너의 자녀가 기업을 더 발전시켜 고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정부의 주장대로 일부 부유층의 상속세 공제에 따른 ‘세수 부족의 심화’와 ‘사회 정의의 훼손’, ‘조세 형평성의 붕괴’, 그리고 ‘소외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사회적 손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가업 상속에 대한 특혜성 상속세 공제는 오히려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켜 경제의 비효율성을 키우는 역효과가 만만치 않다.

 오너의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아야만 경제가 좋아진다?


우리가 이미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반드시 기업 오너의 2세나 3세가 기업을 물려받아야 더 좋은 기업이 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기업의 상속세는 오너 2세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너 2세가 기업을 물려받으려면 당장 상속세를 내기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시장’이 오너 2세의 경영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 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너 2세의 능력이 경영을 계속 이어나가기에 미흡하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한 오너 2세는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경영진을 찾아 기업을 매각하게 된다. 또한 상속세를 통해 기업 오너 자녀의 지분이 희석된 기업들은 뛰어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더욱 놀라운 도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을 대표하는 GM, GE 등 우리가 아는 유명한 글로벌 기업들 중에 상당수가 이런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기업들은 미국이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런데 반대로 기업 오너의 자녀에게 상속세를 공제하는 특혜를 주면 이같은 시장의 선별 기능이 마비되어 우리 경제에 매우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부모의 기업을 물려받겠다고 선언하고 10년 이상 기업을 유지해야 상속세가 공제된다. 이 때문에 아무리 능력이 없는 오너 2세라고 하더라도 일단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많은 상속세를 공제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받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무능력한 2세를 솎아내는 ‘시장의 선별 기능’은 정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업 오너의 자녀가 상속세 없이 기업을 물려받아야만 투자와 고용이 더 늘어나 경제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는 큰 하자가 있다. 설사 상속세 공제로 일부 기업이 일시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 하더라도, 오너 2세의 상속세를 공제해 주면서 발생하는 각종 경제적·사회적 부작용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모두 상쇄할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그래서 독일 헌법재판소는 기업 상속 공제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지난 2일 청와대는 가업상속 공제의 재논의를 촉구하면서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가 ‘독일’에 비해 까다롭다고 강조하였다. 과연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2009년 독일도 가업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과 동시에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부모가 기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공제해주는 것은 독일 조세제도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배한다는 지적이었다. 더구나 기업 경영권이 왕권처럼 세습되면 경쟁의 원칙이 훼손되어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계속되었다. 결국 2014년 12월 16일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가업 상속 감면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Unconstitutional)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내년까지 공제 대상이나 규모를 크게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기업 상속 공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사실은 비단 독일 언론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등 미국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미 헌법불합치 판정이 난 지 보름이나 지난 1월 2일, 우리 청와대는 ‘독일처럼’ 상속세 공제 대상을 완화하자고 촉구한 것이다. 만일 청와대가 헌법불합치 판결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인 무지(無知)였다.

 

노력이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에선 혁신이 있을 수 없다


독일의 조세체계는 근본적으로 우리와 큰 차이가 난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소득세 실효 세율이 훨씬 높다. 또한 돈을 굴려서 돈을 버는 데 대해 부과하는 자본 이득세도 우리나라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상속세가 아니더라도 이미 다른 세금으로 부유층에게 많은 세금을 걷고 있다. 또한 독일 기업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학습 병행제를 하는 학생들에게 수천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사회적 기능까지 하고 있다. 그런 독일조차도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기업 상속 공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결국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있다. 아무리 무능력해도 부모 잘 만난 덕에 세금 한 푼 안 내고 부모의 부(富)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면, 누가 치열하게 노력하며 발전을 도모하겠는가?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물려받은 부를 따라갈 수조차 없는 경제구조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의욕이 감퇴될 수밖에 없고, 새로운 혁신이 나오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독일에서는 부유층에게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기업 상속 공제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둔갑한 것인지 의문이다.

* 다음 편에서는 ‘다른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했다는 것은 진실인가?’ ‘한국에서는 정말 부자가 다른 나라보다 과도한 세금 부담을 지고 있는가?’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 세금의 오해와 진실」 을 다룰 예정입니다.

※ ‘Unconstitutional’의 사전적 번역은 ‘위헌’이지만, 우리 법 체계상 ‘헌법불합치’에 해당한다는 관계 부처의 설명이 있어, 본 기사 내용 중 ‘위헌’을 ‘헌법불합치’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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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⑧

1% 부자가 우리나라 전체 '세금'의 절반을 낸다?

우리나라 부자는 정말 세금을 많이 낼까? 기획재정부는 부유층 증세 논란이 있을 때마다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의 45%를 낼 정도로 큰 부담을 지고 있다며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반대해 왔다. 더구나 일부 언론은 이 소득세 발언을 전체 세수로 착각하고, 소득 상위 1%가 45%의 '세금'을 내고 있다는 잘못된 기사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득세'와 '세금'은 엄연히 다르다. 소득세가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14.8%에 불과해, 전 세계 주요국가 중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상위 1%가 내는 소득세가 전체 '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가 아니라 6.7%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2.97%나 되기 때문에 경제 관료들의 주장대로 부유층의 세금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세금 안 내는' 저소득층부터 증세해야 형평성이 높아진다?

연말정산 대란 이후 증세 논란이 나오자, 일부 언론은 전체 근로자의 36%에 이르는 저소득층 면세자를 세수 부족의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들은 흔히 저소득층이 '세금'을 전혀 안 낸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소득세'를 안 내는 것과 '세금'을 안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실효세율은 고작 4.48%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각종 공제제도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내는 실효 소득세율은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이러한 소득세 실효세율을 고려할 때,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간접세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거의 모든 물건과 서비스에 붙는 부가가치세율은 10%로 소득세 실효세율의 2배가 넘는다. 더구나 담뱃값의 무려 74%, 휘발유 값의 58%, 맥주값의 53%가 세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세 실효세율에 비해 간접세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전체 세수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전체 세수 중에 고작 14.8%밖에 안 되는 소득세를 면제받았다고 저소득층이 '세금'을 한 푼도 안내고 있다며 세수 부족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는 기사는 사실상 오보나 다름이 없다.


다른 나라들은 상속세를 속속 폐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이야기가 바로 일부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상속세를 폐지했다는 것이 상속재산에 과세를 안 한다는 얘기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상속세를 폐지한 대부분의 나라는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로 과세 방법을 바꾼 것뿐이다.

너무나 큰 실물자산을 상속받았을 때 당장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으면 큰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한 현금 마련을 위해 실물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흑자 도산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 세금 내는 시점을 자산 매각 시점으로 바꾸기 위해 상속세에서 자본이득세 체제로 전환을 한 것이다.

자본이득세를 제대로 도입한 나라들은 돈으로 돈을 버는 모든 것에 과세하는 조세체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전면적으로 자본이득세 체제로 전환하면 사실상 부유층의 세 부담은 더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온갖 공제제도로 양도세에 구멍이 뚫려 있는 나라에서 상속세를 폐지한다면 부의 대물림만 가속화시킬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자본이득세를 강화하지 않은 채, 가업상속 공제라는 제도 하나만 따 와서 일부 부유층의 상속세를 대폭 공제해 주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매출이 3천억 원 이하인 기업의 경우 상속시 5백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런 면에서 정말로 상속세를 무력화시킨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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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조세 개혁만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길이다

조세체계는 나라마다 매우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부유층이 실제로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지 확인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 때문에 조세와 재정정책으로 빈부 격차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하는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토대로 조세제도로 빈부격차가 개선되는 효과(지니계수 감소율)를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는 고작 9%에 불과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이 35%이고, 우리 정부가 모범 사례로 여기는 독일은 무려 42%나 된다. 더구나 자유 시장 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조차 25%나 개선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빈부 격차 개선율은 너무나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 관료들은 지금도 세금 얘기만 나오면 우리나라 부유층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고, 세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층 근로자가 너무 많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같은 관료들의 인식은, 부자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상당수 국민들의 인식은 물론 실제 통계와도 동떨어져 있다. 지금 당장 조세 구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조세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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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기자 ( jonghoon@kbs.co.kr)

약 복용 줄이고 운동해야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당사자의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비만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은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의 폭스뉴스가 체중이 늘어나는 뜻밖의 이유와 그 대책을 소개했다.

우울증에 걸려 있다=많은 항우울제가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만일 당신이 우울하고 그 때문에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2.3kg~6.8kg이 늘어날 것으로 각오해야 한다. 몇 년에 걸쳐 차츰차츰 체중이 불어난다. 약을 먹지 않는다 해도 우울증 환자는 체중이 늘게 마련이라는 연구도 있다. 미국공중보건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이 빨리 늘어난다.

이런 사람들은 고지방, 고칼로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전통음식을 더 많이 먹고 있을 가능성이 있거나 육체적 활동을 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항우울제 탓에 체중이 늘어나고 있다면 그 약을 서서히 끊는 게 좋다. 만일 체중 증가가 약 때문이 아니라면 운동을 하고 조언자나 동호인 지원 그룹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잘못된 처방약을 먹고 있다=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약은 많다. 피임약, 호르몬 요법제, 스테로이드, 심장병과 고혈압에 먹는 베타차단제, 타목시펜 같은 유방암 약, 일부 류머티스성 관절염 약, 일부 편두통 및 역류성 식도염 약 등이 그런 예다. 이런 약들은 식욕을 증진시키는가 하면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약 때문에 체중이 느는 것이라고 의심된다면 의사가 그런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을 찾아줄 수 있다.

소화가 느리다=변비를 포함한 소화 문제도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변을 규칙적으로 보지 못한다면 탈수, 약물, 섬유질 섭취 부족, 혹은 장내 박테리아의 생태계 이상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변비가 유일한 증상이라면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이 들어있는 생균제(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소화관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핵심이다. 식이섬유 보충제를 물에 타 먹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제제는 장내 폐기물 뿐 아니라 지방 미립자를 흡수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다=비타민 D, 마그네슘, 철분 등이 부족하면 면역계가 손상된다. 또한 신체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고 신진대사 방식이 바뀐다. 그러면 건강한 생활양식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은 에너지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카페인, 단 것, 단당류를 섭취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달리기나 운동을 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붉은 살코기나 시금치를 먹어 철분 수준을 높이고 아몬드 등을 통해 마그네슘 섭취를 늘릴 수 있다. 다만 비타민D가 부족한 증상은 우유를 많이 먹거나 햇빛을 많이 쬐는 것으로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때는 비타민 D 보충제를 먹어야 하는데 복용량이 과다하면 신장결석의 위험이 있다"면서 "적정량을 가늠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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